[청소년 판타지 소설 | 사라진 베이징맨] (15) "몬은 일본어야, 그리고 그 뜻은… 문! 문이었어"

  • 하지윤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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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16 09:50

수리는 책 골든릴리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이 책은 망망대해의 등대라고 할 수 있어. 우리가 갈 곳을 비춰주거든."

"결국 필리핀의 동굴에 가지 않겠다는 거지? 그럼 왕 교수님 말씀을 어기는 거잖아? 난 무서워."

골리샘은 강하게 반발했다.

"샘, 뭐가 무서워요? 왕 교수는 금궤를 갖고 싶었던 거 아닐까요? 동굴에 금궤는 있을지 몰라도 북경원인 유골은 당연히 없어요. 그리고 왕 교수가 준 지도도 분명히 엉터리일 테고."

수리는 냉정하게 쏘아붙였다. 골리샘은 당황해서 어찌할 줄 몰라 했다.

	[청소년 판타지 소설 | 사라진 베이징맨]
일러스트=나소연
"숫자…. 아니 이건 날짜야. 사라진 날짜 중 하나야. 바로 5야. 5라고!"

수리의 음성은 떨리고 있었다.

"1582년 10월 5일의 그 5를 말하는 거야?"

사비도 흥분했는지 목소리가 갈라졌다.

"수리의 말대로 책 골든릴리가 등대 역할인 건가? 그런데 현실에서 5를 어떻게 찾지?"

핑은 눈을 감은 채 중얼거렸다.

"길고 커다란 원통형의…."

수리는 계속 책 골든릴리의 메시지를 읽어나갔다. 그리고 수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핑이 소리쳤다.

"하수도야!"

모두 깜짝 놀란 표정이 돼 핑을 쳐다봤다.

"왕애지 교수의 방과 연결돼 있던 하수도 말이야. 그 하수도 벽에 몬이라고 쓰여 있었잖아? 수리가 읽어낸 5는 바로 그곳 하수도 중 하나일 거야."

핑은 엄청난 발견이라도 한 듯 기뻐했지만 사비, 마루는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레이더스 맞아요? 그 더러운 하수도에 무슨 대단한 비밀이 있다는 거예요?"

"몬이 무슨 뜻인 줄 알아?"

핑이 여유 있게 물었지만, 마루는 대답하지 못했다.

"몬은 일본어야. 그리고 그 뜻은…."

핑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문이라는 뜻이야. 문."

수리의 목덜미에 똬리를 틀고 잠만 자던 프랭크가 깨어나 놀란 눈으로 핑을 쳐다봤다.

"모두 날 따라와."

핑이 앞장서 걸었다. 다시 왕애지 교수의 방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왕애지 교수는 방에 없었다. 수리는 하수도로 연결된 구멍을 임시로 막아놓은 가구를 옆으로 치웠다. 그리고 뚜껑을 밀고 하수도를 내려갔다. 하수도에는 쥐들이 들끓고 있었다. 차마 바닥에 발을 디디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이러다 용의 동굴로 다시 돌아가는 거 아니야? 혹시?"

사비는 벌써 소름이 돋았다.

"용의 동굴은 무너졌잖아? 걱정 마. 사비."

수리는 사비의 손을 잡았다.

"그럼 다시 물 폭포가 밀려오는 건 아닐까?"

사비의 걱정이 또다시 시작됐다.

"물 폭포는 아무 때나 오는 게 아니야. 그것도 다 때가 있는 거란다."

수리의 장난스러운 말이 끝나자 마루가 괴성을 질러댔다.

"이 사기꾼아. 저것 봐."

마루는 하수도 저 안쪽 검은 구멍에서 몰려오는 물 폭포를 가리켰다. 모두 사색이 돼버렸다.

"빨리 날 따라와."

핑이 소리치며 앞장서 달렸다. 골리샘은 어느새 핑의 팔을 부여잡고 있었다. 골리샘의 몸무게 때문에 핑은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핑은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달렸다.

"어서. 빨리 달려."

핑은 아이들을 향해 소리 질렀다. 그러나 아이들이 달리는 속도보다 물 폭포 속도가 훨씬 빨랐다. 당장에라도 물 폭포가 아이들을 삼킬 듯했다.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비명을 질렀다.

"여기야. 여기. 5라고 씌어 있어. 5."

핑은 돌문을 밀었다. 그러나 돌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달라붙었다. 그래도 꿈쩍하지 않았다. 드디어 골리샘이 두 발을 넓게 벌리고 발바닥같이 생긴 두 손바닥으로 돌문을 힘껏 눌렀다. 돌문이 움직였다. 핑이 골리샘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모두 부리나케 안으로 들어갔고 돌문을 다시 닫았다. 돌문을 닫자마자 물 폭포가 돌문을 세게 때렸다. 돌문이 덜컹 흔들렸다.

핑과 수리, 사비, 마루, 골리샘은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짐작할 수 없는 세계에 대한 공포가 엄습했다. 그때였다. 앞쪽에서 꾸물꾸물 빛이 기어나오고 있었다. 빛줄기는 처음엔 한 개의 빛줄기였다. 그러다 점점 하나둘씩 빛줄기가 모여서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장면을 모두가 집중해서 쳐다봤다.

"내가 이런 집중력으로 공부를 했으면 하버드대학 수석이었을 거다."

마루가 은근슬쩍 끼어들었다. 그러자 사비가 마루의 뒤통수를 퍽 때리며 말했다.

"그래 봤자. 꼴등에서 두 번째."

"저것 봐, 저거!"

수리가 외쳤다. 모여든 빛줄기들이 하나의 운송 장치로 변신해 있었다. 수리는 겁도 없이 빛줄기로 만든 운송 장치 위에 올라탔다.

"어서 와. 어서."

수리는 친구들을 불렀다. 사비와 마루가 달려왔다. 순간 운송 장치가 덜컹했다. 모두 서로 손을 잡았다.

잠시 후, 운송 장치는 아래로 떨어지듯 내려가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였다. 빛줄기 속을 통과하는 듯했다. 온몸이 마비되는 듯이 뻣뻣해지며 통증이 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