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똥 타고 우주로 간 경제

최지숙 글｜박승주 그림｜함께자람｜1만1000원

'석이'는 석기시대 소년이다. 나무를 타고 올라가 열매를 따먹고,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먹으며 산다. 얼마 전에는 동굴 생활을 끝내고 열매가 많이 달린 커다란 나무 옆에 아담한 집을 지었다. 새로 지은 집은 강에서도 가까워 물고기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모든 게 완벽했다. '새똥 공격'을 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시도 때도 없이 하늘에서 '찍' 떨어지는 새똥 때문에 석이는 골치가 아팠다. 깨끗이 치워놔도 다음 날이면 석이의 집 앞에 어김없이 새똥이 쌓였다. 석이는 떨어진 새똥을 흙으로 덮으며 생각했다. '지저분한 녀석들…. 새 없는 세상에서 살고싶다.'

그러나 몇 달 뒤, 석이의 생각은 180도 바뀌었다. 새똥을 덮어뒀던 흙에서 파란 새싹이 돋아났기 때문이다. 석이는 열매를 먹은 새가 똥 속에 씨를 숨겨 땅에 떨어뜨린다는 것을 알게됐다. 새똥 속에 '보물'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시작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분명히 '경제'에 관한 책인데, 뜬금없이 '새똥' 이야기가 등장한다. 새똥 속에 들어있던 씨앗이 새싹을 피워내는 모습을 보며 석이는 한 가지를 더 깨닫는다. '그래! 씨를 뿌리면 되는 거였어!'

새똥에서 얻은 지혜로 농사를 짓게 된 석이는 수확한 곡식을 저장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먹고 남은 곡식을 다른 사람의 물건과 교환하기도 한다. 생산, 소비, 유통으로 이어지는 경제의 기본 개념을 석이의 일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경제에 대해 가르치고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는 게 이 책의 큰 장점이다.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인류의 역사를 쭉 보여줄 뿐이다. 돌도끼로 사냥을 하던 인류가 어떤 시행착오들을 거쳐서 우주로 로켓을 쏘아올릴 정도로 발전하게 됐는지를 흥미진진한 동화로 풀어낸다. 인류의 역사가 곧 경제라는 것을 책을 덮고 나면 깨닫게 된다.

경제를 처음 접하는 초등 1~2학년 어린이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경제 하면 손부터 내젓는 고학년들에게도 유용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