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 박사의 재미만만 생태계](40) 개미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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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9 10:18

개미굴 습격해 어미 행세… 일개미를 평생 노예 삼아

다른 개미를 노예처럼 부리는 개미가 있어요. '개미해적<사진>'이라고 불리는 개미들이에요. 1만5000종 정도 되는 전체 개미종 중에서 개미해적이라 불리는 건 단 50종에 불과해요.

아마존 개미, 사무라이 개미, 붉은피 개미, 미국 개미 등이 개미해적에 속해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개미도 개미해적이라 볼 수 있어요. 사무라이 개미의 한 종류로 한국, 중국, 일본에서 산대요.

	[김종민 박사의 재미만만 생태계](40) 개미해적
출처: BBC 홈페이지

사실 실제 개미 종류 중에서 '해적개미'라는 게 있긴 하지만, 개미해적들과는 전혀 달라요. 해적개미는 눈에 격자 모양의 검은 줄이 쳐져 해적의 검은 안대와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어요. 하지만 해적개미는 다른 개미를 노예로 만들지 않아요.

다른 개미들은 부지런히 일을 해서 먹고 살지만 개미해적은 그렇지 않아요. 어른 개미를 죽이고 손에 넣은 고치에서 나온 일개미를 노예로 만들어요. 이 일개미들이 개미해적을 어미라고 착각하거든요.

새가 알에서 깨어날 때 처음으로 들려온 소리의 주인공을 어미로 아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미는 특유의 냄새를 통해 어미를 인식해요.

보통의 개미는 땅 아래에 개미굴을 파고 사는데요. 개미해적은 이 개미굴을 공략해요. 굴에 살고 있는 개미를 죽이고 번데기가 부화할 때 옆에 있다가 노예로 삼는 거죠. 개미해적은 이렇게 점령한 개미굴에 자신의 알을 낳아요. 개미해적의 새끼들이 태어나면 누가 돌보게 될까요? 바로 노예개미들이죠.

놀랍게도 노예개미와 개미해적은 형제처럼 가깝게 지냅니다. 유전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이에요. 노예개미는 동족을 죽인 무서운 개미해적이 자신을 낳고 보살펴 준 부모라고 철석같이 믿어요. 그래서 자신의 종족도 아닌 개미해적의 새끼들을 정성을 다해 보살피지요.

언제든지 승패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전쟁이에요. 개미해적은 타고난 싸움꾼이지만 개미굴을 습격해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에요. 질 때도 있답니다. 하지만 노예개미를 만들지 못하면 후손이 끊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개미해적들은 목숨을 걸고 싸워요. 개미의 세계는 정말 복잡하고 신기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