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인터뷰] 4차 산업혁명 시대… '삶의 지혜' 담긴 고전이 필독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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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17 09:41 / 수정 : 2017.07.17 09:55

어린이 고전 도서 만드는 '한국고전번역원 출판콘텐츠실' 연구원들

	[THE 인터뷰] 4차 산업혁명 시대… '삶의 지혜' 담긴 고전이 필독서죠
"책 제목을 바꾸면 어떨까요? 호기심이 확 생기는 제목으로요."
"삽화도 수정해야 해요. 배경이 조선시대인데, 안 맞는 부분이 있어요."

지난 11일 오후 서울 구기동 한국고전번역원. 3층 출판콘텐츠실에서 한바탕 토론이 벌어졌다. 9월 출간되는 어린이 고전 도서를 놓고 연구원들이 쉴 새 없이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고요하기로 소문난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출판콘텐츠실은 가장 말 많고 활기 넘치는 곳. 올해로 6년째 어린이를 위한 고전 도서를 만들고 있다.

◇고전 속 재미있는 이야기만 쏙쏙!

한국고전번역원은 '한자'로 기록된 우리 옛 문헌을 '한글'로 번역해 책으로 펴내는 일을 한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등을 수십 년째 맡아 번역하고 있다. 최고 수준의 번역자와 연구원들이 이곳에 다 모인 셈이다.

출판콘텐츠실에서는 2012년부터 교육부의 위탁을 받아 '초·중등용 고전 읽기 자료 개발 및 보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쉽고 재미있는' 고전 도서를 기획하고 출간하는 사업이다.

"어린이 책을 만들면서 가장 공들이는 작업은 '윤색'입니다. 한글로 번역한 고전을 학생들이 읽기 쉬운 말로 다듬고 풀어쓰는 작업이죠. 삽화도 꼼꼼하게 챙깁니다. 원고 내용뿐 아니라 삽화도 전부 고증하죠. 주인공이 입은 옷, 생활 소품 등이 당시 시대상과 맞는지 전문가의 확인을 받습니다."(한문희 출판콘텐츠실장)

연암 박지원의 청나라 여행기인 '열하일기'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고쳐 쓴 '장복이, 창대와 함께하는 열하일기', 조선 후기 문신 박내겸이 남긴 '서수일기'를 새롭게 풀어쓴 '암행어사를 따라간 복남이' 등 지금까지 총 32종의 어린이·청소년 고전 도서가 출간됐다. 간행된 책은 대부분은 교육 현장에 기증됐다.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전달된 것만 12만부에 달한다.

"재미와 교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노력합니다. 고전번역원의 하승현 선임연구원이 직접 집필한 '눈 셋달린 개'라는 작품은 저학년에게 특히 인기가 좋아요. 옛 문헌 속에 기록된 신비한 생김새의 동물들이 등장하는 것만으로 눈길을 끌죠. 이 동물들이 은혜를 갚고, 의리를 지키고, 사람과 우정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교훈을 얻게 됩니다."(박지은 연구원)

"올해 나오는 책들은 더 기대해도 좋습니다. 그 중에서도 장애를 이겨낸 조선시대 위인들을 소개한 '그만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소'라는 책을 어린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등이 굽은 재상, 앞이 보이지 않는 연주자, 팔을 잃은 화가 등 장애와 편견을 극복하고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죠."(김준섭 연구원)
	어린이·청소년 고전 도서를 기획, 출간하는 한국고전번역원 출판콘텐츠실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김준섭 연구원, 한문희 출판콘텐츠실장, 박지은 연구원, 변구일 수석연구원.
/ 김종연 기자
어린이·청소년 고전 도서를 기획, 출간하는 한국고전번역원 출판콘텐츠실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김준섭 연구원, 한문희 출판콘텐츠실장, 박지은 연구원, 변구일 수석연구원. / 김종연 기자
◇'고구마 독후감대회'로 고전에 대한 관심 높여

지난해 한국고전번역원은 '제1회 고구마(고전에서 구하는 마법 같은 지혜) 독후감 대회'를 개최해 큰 성과를 거뒀다. 고전번역원이 출간한 고전 도서를 읽고 독후감을 써서 내는 대회였다. 변구일 수석연구원은 "전국 초등학생들의 뜨거운 참여 열기에 깜짝 놀랐다"면서 "학생들이 쓴 독후감을 읽으면서 힘들게 책을 만들었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고 말했다.

올해 열리는 제2회 대회는 규모를 더 키웠다. 대상 수상자에게 교육부장관상을 주고, 상금도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늘렸다. 예선 원고 접수는 8월 말부터 시작되며, 본선 대회는 11월 초 개최할 예정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초·중등 대상 고전 읽기 자료 개발 및 보급' 사업이 올해로 끝난다는 것이다. 한문희 실장은 "학생들과 고전의 거리가 이제 겨우 조금 가까워졌는데, 다시 멀어지게 될 것 같아 너무 아쉽다"고 했다. "중국과 일본의 경우 자국의 고전을 통해 정체성 교육을 합니다. 특히 중국은 대입시험인 카오카오에 홍루몽 등 5개 고전을 의무적으로 출제하게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고전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합니다. 교육부가 사업 기간을 연장하길 바랄 뿐입니다."

변구일 선임연구원도 거들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왜 고전을 배워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해요. 고전에는 '지식'이 아니라 '지혜'가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죠.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따뜻한 지혜가 바로 고전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