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으로]

956년 고려 광종 때의 일입니다. 관청 앞에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어요.

"자네 그 소식 들었나? 임금님께서 우리처럼 억울하게 노비가 된 사람들을 조사해서 원래 신분으로 되돌려준다고 하셨다네!"

"우리도 얼른 조사받으러 가세. 하루라도 빨리 노비에서 벗어나고 싶구먼!"

관청 안에서는 조사가 진행되고 있었어요.

"너는 어찌하여 노비가 됐느냐?"

"저는 원래 농사를 짓는 농민이었습니다. 그런데 춘궁기에 어머니께 드릴 양식이 없어 양반에게 쌀 한 되를 빌렸습니다. 그런데 그 열배를 갚으라고 하는 바람에…. 결국 쌀을 갚지 못해 노비가 됐습니다. 저는 정말 억울합니다."

"억울하게 노비가 됐구나. 그대를 양인으로 판정하겠다. 이제부터는 양인으로서 국가에 충성을 다하도록 하라."

"예, 감사합니다! 이제는 자유다! 만세!"

918년 태조 왕건(877~943)은 후삼국을 통일해 고려를 세웠어요. 하지만 고려 초기에는 왕권이 강하지 못했답니다. 호족(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진 지방 세력가)의 힘이 강했기 때문인데요. 호족은 자신들이 가진 토지와 노비를 기반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어요. 특히 호족들이 소유한 노비는 유사시에 군사가 될 수도 있었지요.

그런데 호족의 노비 중에는 고려가 세워지는 과정에서 억울하게 노비가 된 사람들이 많았어요. 호족들은 후삼국 시기의 혼란을 틈타 전쟁 포로나 이재민을 자신들의 노비로 만들어버렸어요. 빚을 갚지 못해 노비가 된 사람도 있었어요. 심지어 어떤 호족들은 강력한 권력을 내세워 강제로 양인을 노비로 삼기도 했어요.

왕건은 호족의 노비 소유를 제한하기 위해 계속 노력했어요. 하지만 호족들은 태조의 정책에 강력히 반발했고, 결국 이 정책은 성공하지 못했어요.

시간이 흘러 고려 제4대 임금인 광종(925~ 975)은 다시 한 번 노비 문제를 꺼내 들며 왕권 강화를 추진했어요. 광종은 ‘노비안검법’이란 것을 만들었어요. 노비가 된 과정을 조사해서 원래 양인이었던 사람은 노비에서 해방시키는 법이죠. 이를 통해 호족의 노비가 줄었고, 평민의 수는 늘어났어요. 노비안검법을 통해 호족 세력의 약화와 왕권 강화라는 두 가지 효과를 얻은 셈이죠.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호족들의 끊임없는 반대에 부딪혔어요. 광종이 죽자 제6대 임금인 성종(960~997)은 호족 세력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노비환천법’이란 걸 시행했어요. 노비안검법으로 노비에서 양인이 된 사람을 다시 노비로 만드는 법이었답니다.

노비는 주인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도 없어요. 생각해보세요. 만약 여러분이 돈을 제때 갚지 못했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노비가 되어야 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요? 부모가 노비라는 이유로 태어날 때부터 노비로 살아야 하는 운명이라면요?

출신에 따라 계급을 나누는 이 같은 ‘신분제도’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일이에요. 조선 시대까지 이어진 신분제도는 조선 후기인 1894년 갑오개혁으로 폐지됐어요. 우리나라 헌법 역시 제11조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를 인정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답니다.

이 주의 법사랑 Quiz!

Q. 고려시대에 억울하게 노비가 된 양인을 가려내 다시 양인 신분으로 돌려놓기 위해 시행된 법률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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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하세요!

7월 31일까지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 홈페이지(main.lawnorder.go.kr)에 접속해 메인 화면 우측 하단에 있는 ‘역사 속 법이야기’ 게시판에 정답을 남겨주세요. 어린이의 이름·학교·학년·주소·전화번호를 반드시 써주세요. 독자 중 5명을 추첨해 문화상품권과 ‘우리 곁엔 헌법 1·2권’을 보내드립니다. 당첨자는 다음 회에 발표됩니다.

●지난주 Quiz 정답: 4번

●당첨자: 김민철(부산 송수초 3) 조민서(전북 전주 인봉초 2) 이수민(경북 경주초 2) 안소현(경기 시흥 장곡초 3) 서형은(경기 광명 온신초 4)

공동기획｜소년조선일보·법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