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일은 두 가지 특징이 있어요. 처음에는 별로 나빠 보이지 않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작게 시작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나쁜 일을 시작하면서도 양심에 알람이 울리지 않지요. 또 하나는 아주 작게 시작된 나쁜 일을 가만히 두면 금방 크게 자라고 번지는 특징이 있어요. 바늘 정도의 작은 물건은 몰래 가져가도 잃어버린 사람이 신경을 쓸 정도의 큰일은 아니에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큰 물건을 훔치는 도둑이 돼 있을지도 몰라요.

왜 그럴까요? 사람은 반복되는 경험에 익숙해지는 성향이 있어요. 처음 거짓말을 할 때는 떨리고 얼굴이 발개지면서 들킬까 봐 무서웠지만 여러 번 거짓말하다 보면 나중에는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과 똑같은 마음이에요.

물건을 훔치는 것도 똑같답니다. 처음에는 그 물건이 꼭 필요한데 구할 수 없어서 훔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무섭고 누가 볼까 봐 떨리지만 한 번 훔쳤는데 들키지 않으면 안심이 되면서 또 훔쳐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필요하지 않아도 좋은 물건을 보면 슬쩍 집어가게 돼요. 그리고 훔치는 게 아니라 그냥 가져가는 거라고 생각하지요. 어쩌다 들키기라도 하면 "훔친 게 아니에요. 잠깐 보려고 빌린 거예요. 이따 주려고 했어요"라면서 거짓말도 하게 돼요. "주인에게 빌려 달라고 했니?" 하면 "물어보려고 했는데 주인이 없었어요. 돌려주면서 말할 거예요"라고 둘러대기도 하지요.

반복되는 일에 익숙해져서 강화된 행동을 '습관'이라고 해요. 우리의 몸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반복하면 점점 익숙해지기 때문에 한번 생긴 습관을 고치는 것은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답니다.

우리는 '딱 한 번인데 어때?' 하면서 나쁜 일을 시도하는 것에 너그러워요. 하지만 나쁜 일은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중요해요. 횟수는 그다음 문제지요. 하지 말아야 할 일이면 단번에 거절하는 용기를 가져 보세요.

지경사 '왜 안 되지?' (강금주 글, 오승원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