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으로

지난 1340년 이탈리아의 한 항구. 프랑스 배에서 내리려는 선장과 선원을 이탈리아 항구 직원이 막아섰어요.

"어디에서 오셨어요?"

"프랑스에서 왔습니다."

"다들 배에서 내리지 마시고 40일 동안 기다리셔야 합니다."

"무슨 말입니까? 우리가 왜 그렇게 기다려야 하는 거죠?"

"지금 유럽에 흑사병이 유행한다는 사실 알고 계시죠? 만약 배 안에 흑사병에 걸린 사람이 있으면 우리 도시 사람들이 전염돼 죽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 40일간 배 안에 머물다 아무 일 없으면 그때 내리세요."

프랑스 배의 선원들은 이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소용없었어요. 결국 육지로부터 떨어진 섬에서 한 달 넘게 머물고 나서야 이탈리아로 들어올 수 있었답니다.

흑사병은 페스트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병입니다. 이 병에 걸리면 살이 썩어 검게 변하기 때문에 흑사병(Black Death)이라고 불리게 됐죠. 흑사병은 전염성이 강하고 사망률도 높은데요. 14세기 번진 흑사병으로 인해 유럽인 3분의 1이 목숨을 잃었어요.

당시 이탈리아는 흑사병의 전파를 막기 위해 외국에서 온 배를 40일간 격리시키기로 했어요. 흑사병의 잠복기(균에 감염되고부터 최초로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의 기간)가 10일 정도라 40일간 아무 일 없다면 그 배의 선원은 건강하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었거든요.

이탈리아의 이러한 조치는 ‘검역’의 시초라고 볼 수 있어요. 검역이란 전염병이나 해충의 확산을 막기 위해 공항과 항구 등에서 펼치는 모든 조치를 통칭해요. 오늘날 쓰는 검역이라는 영어 ‘쿼런틴(quarantine)’도 숫자 ‘40’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콰란타(quaranta)’에서 유래했죠.

의학의 발달로 과거처럼 흑사병으로 사람들이 죽는 일은 없어졌어요. 그러나 여전히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등 전염병과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어요. 이처럼 무서운 전염병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우리나라도 여러 법률을 만들었어요.

먼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통해 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가 국민에게 전염병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병의 진단과 치료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어요. ‘검역법’은 우리나라로 들어오거나 외국으로 나가는 운송 수단, 사람, 화물 등을 검역하는 절차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들을 규정해 국내외로 감염병이 번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요. 이 법에 따라 일정한 감염병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를 격리하거나 감염병 매개체가 서식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화물을 소독 또는 폐기할 수 있어요.

이 주의 법사랑 Quiz!

Q. ‘이것’은 오늘날 전염병이나 해충의 확산을 막기 위해 공항과 항구 등에서 펼치는 모든 조치를 가리키는 말이에요. 이탈리아에서 흑사병 유입을 막기 위해 외국 선원을 40일 동안 항구 밖에 격리했던 게 ‘이것’의 시초가 됐다고 해요. ‘이것’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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