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인도네시아ㅣ슬픈 전설이 담긴 프람바난 힌두 사원

  • 프린트하기
  • 이메일보내기
  • 기사목록
  • 스크랩하기
  • 블로그담기

입력 : 2017.10.12 09:34

결혼 피하려 신전 없애고 돌이 된 공주

아주 오랜 옛날, 인도네시아의 어느 나라에 반둥이라는 왕자가 있었어요. 반둥에게는 신비한 마력이 있었는데, 누구도 그 힘을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답니다.

어느 날 왕국을 벗어나 세상을 돌아보던 반둥이 적국의 한 마을에 이르렀을 때였어요.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다운 여인과 마주친 반둥은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답니다.

	프람바난 힌두 사원의 모습.
프람바난 힌두 사원의 모습.
반둥은 시종을 거느리고 산책을 나온 여인이 적국의 라라 종그랑 공주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렸지요.

"나는 반둥 왕자라 하오. 세상에서 그대보다 아름다운 여인을 본 일이 없소. 나와 결혼해 주시겠소?"

공주에게 반한 반둥은 서슴없이 청혼을 했어요. 갑작스러운 청혼을 받은 라라 종그랑 공주는 두려웠지요. 반둥은 공주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였거든요. 하지만 공주는 반둥의 청혼을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청혼을 거절하면 마력을 지닌 반둥 왕자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공주는 두려운 마음을 애써 가다듬으며 침착하게 생각했어요. 아버지를 죽인 원수와 결혼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만일, 왕자께서 하룻밤 사이에 1000개의 신전을 쌓으신다면 청혼을 받아들이겠어요."

한참 동안 골똘히 생각하던 공주가 말했답니다. 아무리 신비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하루 만에 1000개의 신전을 쌓는 일은 불가능할 테니까요. 불가능한 조건을 내세우면 반둥도 어쩔 수 없다고 여긴 것이었지요.

"알겠소. 이 자리에 1000개의 신전을 쌓을 테니, 해가 뜨면 다시 만납시다."

반둥에게 1000개의 신전을 쌓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반둥은 공주가 돌아가고 난 뒤, 마력으로 잠들어 있던 악마들을 불러냈답니다.

"1000개의 신전을 쌓도록 하라! 하나라도 모자라서는 안 된다!"

반둥의 명령을 받은 악마들은 순식간에 신전을 쌓아 올리기 시작했어요. 눈 깜짝할 사이에 신전들이 만들어지더니 새벽 무렵이 되자, 1000개의 신전이 모두 완성되었지요. 반둥은 신전이 모두 완성되자 악마들을 돌려보냈어요. 그리고 공주를 맞이하기 위해 잠시 눈을 붙였지요.

한편 시종에게 1000개의 신전이 모두 지어졌다는 말을 전해 들은 공주는 몹시 당황했어요.

"반둥과 결혼할 수는 없어. 해가 뜨기 전에 신전 하나를 무너뜨리세요."

반둥과 결혼하고 싶지 않았던 공주는 신전 하나를 무너뜨렸어요. 이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반둥은 해가 뜨자 깜짝 놀랐지요.

"마력으로 쌓은 신전이 무너질 리 없어. 공주가 사람들을 시켜 한 짓이 분명해. 공주는 결혼할 마음이 조금도 없었던 거야. 나를 놀렸어!"

뒤늦게 공주의 마음을 깨달은 반둥은 몹시 화가 났어요.

"공주를 돌로 만들어 무너져 내린 1000번째 신전을 대신하리라!"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반둥은 결국 공주를 돌로 만들었답니다.

인도네시아 최고의 힌두 사원으로 일컬어지는 프람바난 사원에는 이 같은 슬픈 전설이 담겨 있어요. 프람바난 사원 중앙에 있는 시바 신전의 석실에는 '두르가' 석상이 서 있어요. 이 두르가 석상은 라라 종그랑 공주가 돌로 변한 모습이라 여겨지고 있지요. 그리하여 프람바난 사원을 라라 종그랑 사원이라 부르기도 한답니다.

늘푸른아이들 '술술 읽히는 세계 문화유산 이야기' (초등역사교사모임 지음, 이현진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