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노래·야구… 푹 빠져 즐기다보니 삶에 활력 "나만의 취미 찾아 즐겨봐요… 더 넓은 세상이 열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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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16 09:39

이색 취미 즐기는선생님들을 만나다

잘 쉬어야 공부도, 일도 잘하는 법이다.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사람 대부분은 여가 활동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미국의 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창립자인 빌 게이츠와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도 그렇다. 두 사람은 틈날 때마다 각각 테니스와 우쿨렐레 연주를 즐긴다. 이들처럼 취미를 통해 일상에 쉼표를 찍고, 삶에 활력을 되찾는 교사들이 많다. 이중 이색 취미를 즐기는 교사들을 지면에 담았다.
	마술을 펼치는 김택수 교사.
마술을 펼치는 김택수 교사.
‘마술’과 사랑에 빠졌어요
인천 발산초 김택수(38) 교사는 학생들 사이에서 ‘해리포터 선생님’으로 통한다. 무려 16년째 마술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과 2009년에는 각각 한국마술협회에서 발급하는 마술사 2급과 마술 교육 지도사 1급을 따기도 했다. 지금껏 펼친 공연만 해도 1500회에 달한다.
김 교사가 마술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건 대학교 4학년 때인 2001년. 서울 신촌의 한 마술카페에서 공연을 보고 나서다. “너무 신비하고 재밌었어요. 학생들을 가르칠 때 적용해봐도 좋겠다 싶었죠. 그런데 수강료가 너무 비싸더라고요. 카페 청소를 하는 대가로 일 년간 공짜로 마술을 배웠어요.”
익힌 내용은 수업에 적용했다. 과학 시간에 고무줄 마술로 탄성을 가르치는 식이다. 김 교사는 마술의 원리를 학생 스스로 유추하게 한 뒤에 내용을 설명해준다. 단, 트릭을 공개해도 되는 마술에 한해서다. 교육용 마술 도구를 제작하는 데도 힘썼다.
김 교사는 “마술을 수업에 접목하면 학생들의 참여도와 집중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다”며 “이런 모습을 볼 때 마술 배우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제 마술은 취미를 넘어 제 삶의 전부가 됐어요. 온종일 마술에 대한 생각뿐이니까요. 나중에 뜻이 맞는 선생님들과 모든 과목을 마술을 통해 재밌게 가르치는 ‘해리포터 학교’를 설립하고 싶어요(웃음).”
	노래하는 수요일밴드.
노래하는 수요일밴드.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노래에 녹여
“에어컨 좀 틀어주세요~ 너무 더워요~ 냄새 쩔어요~ 중앙제어 풀어주세요♬”
수요일밴드가 선보인 ‘에어컨송’ 가사의 일부다. 이 노래는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는 학생과 교사의 일상을 유쾌하게 풀어내 실시간 검색어 1위에도 올랐다. 이 곡을 만든 주인공은 경남 함안 호암초 박대현(35), 이가현(28) 교사. 2013년부터 수요일밴드를 결성한 이들은 주로 학교생활에 얽힌 이야기를 노래한다.
“둘 다 어릴 적부터 노래 부르기와 악기 연주를 좋아했어요. 그러다 저희의 삶을 노래에 녹이고 싶어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게 됐죠. 재미 삼아 시작한 일인데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셔서 깜짝놀랐어요.”(박 교사)
밴드 활동을 통해 두 사람의 삶은 보다 풍성해졌다. 이 교사는 “그동안 전국에서 200여 차례 공연을 하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고 보는 눈도 넓어졌다”고 했다. 박 교사는 “요즘에는 아이들한테 직접 곡 쓰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면서 “나를 위해 시작한 취미가 교육으로 이어져 뿌듯하다”고 말했다.
수요일밴드는 이번 달 안에 아홉 번째 앨범을 내놓을 계획이다. “수요일은 주말을 빼고 일주일의 딱 중간이잖아요. 수요일에 잠깐 쉬어갈 수 있게 해주는 음악을 만들자는 취지로 밴드명을 지었거든요. 이름처럼 앞으로도 저희 노래가 휴식처 같은 역할을 하며 다른 선생님들의 지친 맘을 달래줬으면 합니다. 그럼 그 에너지가 아이들에게도 전달되지 않을까요?”
	기장여자야구월드컵에 출전한 강정희 교사.
기장여자야구월드컵에 출전한 강정희 교사.
한국 여자 야구계의 간판 투수가 되다
야구는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스포츠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프로야구 관중이 800만 명을 넘어섰다. 강정희(31) 서울 매헌초 교사도 열혈 야구팬이다. 2009년부터는 야구를 눈이 아닌 몸으로 직접 즐기고 싶어 일주일에 세 번씩 야구장으로 향하고 있다.
“여자 야구 동호회가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가서 등록했어요. 실제로 야구를 해보니까 그냥 볼 때보다 훨씬 재밌더라고요. 물론 하루에 두세 시간씩 이어지는 고된 훈련에 처음엔 근육통을 안고 살았어요(웃음).”
강 교사는 훈련이 없는 날에도 부족한 체력을 보완하기 위해 꾸준히 달리기를 했다. 실력이 눈에 띄게 늘면서 그는 2014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현재 대한민국 여자 야구계의 ‘간판 투수’로 자리 잡았다.
가장 기억 남는 대회는 2015년 열린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 당시 강 교사는 선발로 출전해 우리나라가 준우승하는 데 기여했다. “결승전에서 여자야구 세계 랭킹 1위인 일본과 맞붙었어요. 실력 차가 컸는데도 마지막까지 이기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했죠. 비록 졌지만, 뜨거운 응원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심장이 두근거려요.”
그는 어린이들에게 ‘자신만의 취미를 찾아 즐기라’고 권했다. “취미는 삶을 풍요롭게 해줍니다. 그동안 몰랐던 세상을 만나게 해주니까요. 하물며 낙서라도 훌륭한 취미가 될 수 있으니 좋아하는 무언가를 꾸준히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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