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롭기로 유명한 학자와 로마의 황제는 친한 친구 사이였어요. 어려운 일이 생기면, 꼭 서로 조언을 구하곤 했답니다. 하지만 학자가 사는 나라와 로마의 관계가 나빠지면서 둘은 친구 사이라는 것을 숨겨야 했습니다.

어느 날, 황제는 로마의 운명이 걸린 큰 결정을 내려야 했어요.

"아무리 똑똑한 신하들과 이야기를 해도, 내 친구만 못하는구나. 그의 의견을 듣고 싶은데…."

결국 황제는 편지를 쓴 다음에 믿을 만한 부하를 불렀어요.

"아주 중요한 내용이 담긴 편지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말고, 학자에게 전달하도록 해라."

부하는 아무도 알아볼 수 없게 변장을 하고 학자의 나라로 떠났어요. 며칠이 꼬박 걸렸지만, 황제의 편지는 무사히 학자의 손에 전달됐어요. 학자는 서둘러 편지를 펼쳐서 읽기 시작했답니다.

오랜 친구여, 나의 고민을 덜어 줄 수 있겠소? 먼저, 내 아들을 황제 자리에 앉히고 싶소. 그리고 주변의 나라를 자유무역 도시로 만들고 싶은데, 방법을 찾을 수 없구려. 그대의 지혜로운 조언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니 도와주시오.

학자는 고민으로 어두워졌을 황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우리나라와 로마의 사이가 안 좋으니, 편지를 쓰면 위험해.'

학자는 한동안 고민하다가 황제의 부하에게 말했어요.

"답장을 쓸 수는 없으니, 내가 하는 행동을 황제께 말해 주시오."

학자는 자신의 아들을 목말 태우고 비둘기를 날려 보내게 했어요. 황제의 부하는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서둘러 황제에게 돌아갔습니다.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느냐? 어서 답장을 이리 다오."

"폐하, 편지는 없사옵니다. 대신…."

부하는 학자가 했던 행동을 말로 전해 주었고, 황제의 얼굴은 금세 밝아졌어요.

"내 아들을 다음 황제로 삼고, 아들의 손으로 자유무역 도시를 만들라는 뜻이구나."

하지만 다음 날, 신하들은 황제의 뜻을 반대했어요. 황제는 답답한 마음에 다시 편지를 써서 부하를 학자에게 보냈어요.

편지를 본 학자는 고민하다가 밭으로 나가서 채소를 뽑았어요. 그러다가 집 안으로 들어가고, 조금 있다가 다시 나와서 채소를 또 뽑고, 집으로 들어가길 반복했어요.

부하는 돌아가서 학자의 행동을 황제에게 들려주었답니다. 그러자 황제가 무릎을 탁 치며, 껄껄 웃기 시작했어요.

"역시 그는 뛰어난 학자이자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다. 하하!"

황제는 자신을 반대하던 신하들을 조금씩 처리했어요. 설득하거나 관직을 내려놓게 했죠. 학자가 시간을 두고 채소를 뽑아냈듯 말이에요. 그렇게 몇 년이 지나자 황제의 아들이 자연스레 그 뒤를 잇게 되었어요. 새 황제는 학자의 말처럼 주변 나라를 자유무역 도시로 만들었답니다.

〉〉 말하지 않아도, 모두 이해할 수 있을까요?

'마음이 서로 통한다'는 뜻의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어요.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다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예요. 편지를 주고받지 않아도 서로 뜻을 이해한 로마의 황제와 학자가 떠오르죠?

황제와 학자는 친한 친구 사이였기에 이심전심이 가능했어요.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가족이나 친구의 얼굴만 보아도 기분이 어떤지,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금방 이해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가족이나 친구 사이가 아니어도 서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낯선 사람 혹은 강아지나 나무의 마음마저도요?

물론 이해할 수 있어요. 그것은 내 마음에 달린 문제거든요.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상대를 이해하려고 애써 보세요. 세상에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을 거예요

상상의집 '탈무드로 배우는 같이 학교'(강지혜 글, 방현일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