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가면 선생님이 또 웃었다?

윤여림 글｜김유대 그림｜천개의바람｜1만1000원

초동초등학교 3학년 나반 담임은 독특하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는다. 1학기 때 선생님이 웃은 적은 단 한 번, 여름방학식 날뿐이다. 이렇게 가면을 쓴 것처럼 웃지도, 울지도 않는 데다 콩처럼 작고 까만 얼굴을 지녔다는 이유에서 나반 담임은 '콩가면'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2학기에도 선생님의 무표정은 여전하다. 무심한 듯하지만, 콩가면 선생님은 학생들의 이야기에 누구보다 귀를 기울인다. 고민 해결사 역할도 해낸다. 그는 손에 잡히는 물건마다 망가뜨려 주눅이 든 진우에게는 공방 체험 기회를 갖게 한다. 엉뚱하고 괴상한 작품만 만드는 공방 주인에게 진우는 훌륭한 조수나 다름없다. 주인을 도우면서 진우는 자신감을 되찾는다.

선생님은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 다투는 성인이와 자람이에게도 사이를 회복할 실마리를 제공한다. 싸우다 자람이를 밀쳐 쓰러뜨린 성인이에게 당분간 자람이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지시한다. 이후 자람이는 성인이가 나쁜 행동을 할 때마다 "얼음"을 외쳐 하던 행동을 멈추게 한다. 성인이를 계속 지켜보던 자람이는 성인이에 대한 선입관을 점차 걷어내게 된다. 둘 사이도 조금씩 가까워진다.

학생들이 웃고, 울며 추억을 쌓는 사이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이윽고 3학년 마지막 날 아침. 교실에 들어온 선생님은 언제나 그렇듯 무표정한 얼굴을 보인다. 스무 명의 학생은 이런 선생님에게 특별한 선물을 내민다.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편지다. 다양한 학생이 모여 있는 만큼 편지 내용도 각양각색이다. 과연 학생들과 헤어지는 순간까지 콩가면 선생님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을까.

'콩가면 선생님이 웃었다' 두 번째 이야기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얘기를 다룬 첫 번째 편과 달리 학교 밖의 콩가면 선생님과 반 학생들의 일상까지 다뤘다. 주인공들이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고민을 풀어나가는 모습이 흥미진진하다.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그림들도 돋보인다. 차가워 보이지만 학생들을 살뜰히 챙기는 콩가면 선생님을 통해 겉모습보다 내면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