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인터뷰] 대박 과자 '꼬북칩' 개발한 신남선 연구원
하지수 기자 입력 : 2017.11.08 09:44

네 겹 과자 완성에 8년 몰두… 시간 걸려도 '감동 주는 과자' 만들래요

8년. 신남선(41) 오리온 기술개발연구소 책임연구원이 국내 첫 네 겹 과자인 '꼬북칩'을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이다. 이 기간 투입된 예산은 100억원, 거친 테스트는 약 2000번에 달한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꼬북칩은 지난 3월 출시된 후 10월 말까지 1400만개 이상 판매되며 올 한 해 가장 주목받은 과자가 됐다.

4일 만난 신 연구원은 "요즘 지인들에게 '도대체 어디에 가야 제품을 살 수 있느냐'고 묻는 전화를 많이 받는다"며 웃었다. "대형 마트에 대량으로 들여놔도 빠르면 반나절 만에 다 팔린다네요. 24시간 공장을 돌리지만, 수요를 못 따라갈 정도로 인기니 뿌듯합니다."
 	서울 오리온 본사에서 신남선 연구원이 지금껏 만든 과자를 품에 안고 있다. 지금껏 그가 개발한 과자는 20여개에 달한다.
서울 오리온 본사에서 신남선 연구원이 지금껏 만든 과자를 품에 안고 있다. 지금껏 그가 개발한 과자는 20여개에 달한다. / 이경호 기자
온몸에 과자 냄새 밸 정도로 먹고 또 먹고

신 연구원은 올해로 17년째 과자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지금껏 개발에 참여한 과자는 '포카칩' '오!감자' '닥터유 라이스칩' '치킨팝' 등 20여 개다. 이 중 꼬북칩은 그가 가장 공들인 제품이다. 보통 과자 하나를 시중에 내놓는 데 걸리는 시간은 2년. 꼬북칩은 기존에 없던 모양을 만들다 보니 공정 과정이 까다로워 이보다 4배 이상의 시간을 더 들여야 했다.

신 연구원 "회사에서 저를 믿고 투자해줬는데 결과물이 빨리 나오지 않아 부담감이 상당했다"며 "밥도 안 넘어가고 잠도 오지 않아 허구한 날 밤을 지새웠다"고 말했다. "깨어 있는 시간에는 연구만 했어요. 원하는 모양과 맛, 식감을 완성할 때까지 수도 없이 옥수수 가루 반죽을 기름에 튀기고 맛봤죠. 퇴근 시간이 되면 온몸에 옥수수 단내가 진동해 대중교통 타기가 민망할 정도였어요."

스낵 제조기가 발달한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제과 업체 공장들도 찾아다녔다. 그 결과 옥수수 가루 반죽을 여러 겹으로 말아도 서로 달라붙지 않고, 겹겹마다 양념이 잘 배어들어 가는 원료 배합 비율과 숙성 시간 등을 알아낼 수 있었다. 신 연구원은 "과자 개발 전 찍은 사진과 지금 모습을 비교해보면 그새 확 늙었다"며 "그래도 출시 이후 매달 30억원 정도 팔려 기쁘다"고 했다. 제과 업계에서는 신상품이 월 매출 10억원을 넘기면 히트 상품으로 인정받는다.

"4살, 6살 된 우리 딸들도 꼬북칩 마니아예요. 아이들은 거짓말을 못해서 맛없으면 바로 뱉는데, 꼬북칩은 더 달라고 해요. 동네에서 친구나 아줌마들을 마주치면 '우리 아빠가 꼬부기 과자를 만들었다'며 자랑도 빼놓지 않아요."

 	마케팅팀과 제품 개발 협의 중인 신남선 연구원.
마케팅팀과 제품 개발 협의 중인 신남선 연구원 / 이경호 기자
예민한 미각을 무기 삼아 맛의 완성도 높여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인들의 입맛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외국 과자의 수입이 늘어나 국내외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과자 개발자들은 사람들을 사로잡는 맛을 찾기 위해 더욱 고군분투한다. 수시로 맛집을 찾고 국내외 스낵류를 시식, 분석한다. 미세한 맛의 차이도 구분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씩 짠맛, 신맛, 매운맛, 쓴맛 정도를 감별하는 '관능 평가'도 갖는다.

신 연구원은 "처음부터 미각이 예민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입사 초기에는 경험이 부족한 데다 비염까지 있어서 제대로 맛을 보지 못했어요. 선배들은 다 짜다는데 혼자 싱겁다 평가하고 그랬죠(웃음). 그런데 매일 과자 조각 하나라도 스테이크 맛보듯 천천히 음미하다 보니 혀가 예민해졌어요. 이제는 소금물의 농도가 0.8%였다가 0.82%만 돼도 바로 알아차립니다."

이 같은 능력을 토대로 신 연구원은 개발할 과자의 완성도를 높인다. 몇번 씹으면 과자가 녹아 없어지는지 분석한 뒤 초반, 중반, 후반으로 나눠 맛의 변화를 살피고 조절한다. 고객이 과자를 입에 댄 순간부터 삼킬 때까지 최상의 맛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시중에 내놓은 제품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도 일이다. 과자 맛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계절에 따라 생산 조건을 달리해야 한다. 과자 맛에 일부러 변화를 줄 때도 있다. 신 연구원은 "특히 꼬북칩처럼 붐을 일으킨 과자는 사람들이 단시간, 대량으로 먹어 질리기 쉽다"며 "적절한 시기에 새로운 맛을 출시해야 브랜드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소비자들이 '와, 이런 과자가 세상에 나왔네!' 하고 감탄할 만한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모양, 맛, 식감 중 최소 두 가지는 만족해야겠죠. 설령 꼬북칩을 만들 때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비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과자라면 개발에 도전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