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판타지 소설 | 사라진 베이징맨] (35화) "아빠들이 만든 카툰연구소에 모든 비밀이 숨어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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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10 10:00

사비는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모두 사비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긴장했는지 동시에 '꼴깍' 침 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도대체 사비는 카툰연구소에서 무엇을 봤다는 것일까? 정말 궁금했다.

사비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아빠들은 카툰연구소를 여러 섹션으로 구분했었잖아?"

모두 관절인형처럼 고개만 끄덕거렸다.

"아빠들이 여정을 떠나는 문명의 비밀을 담은 트랜스폼 방 하나가 있고, 또 수퍼컴퓨터가 있는 방 하나가 있고 또…."

"서재잖아? 사방이 책으로 가득 찬 서재."

수리가 참다못해 소리쳤다.

"맞아. 그 서재는 천장도 책으로 장식됐어. 물론 책이 떨어지지 않도록 고정해 두었지. 그리고 벽면 네 개가 모두 서가야. 그런데…."

사비는 이번에도 말을 하다가 말았다.

이번에도 동시에 '꼴깍' 침 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청소년 판타지 소설 | 사라진 베이징맨] (35화) '아빠들이 만든 카툰연구소에 모든 비밀이 숨어있어'
일러스트=나소연
"잘 생각해봐. 얘들아. 책이 꽂혀 있는 서가는 각각 고유번호가 있어. 1부터 시작하지. 그리고 각 서가는 위 칸에서 아래 칸으로 내려가면서 또 번호가 붙어 있지."

평소 웬만한 더위에도 땀을 흘리지 않는 사비가 뻘뻘 땀을 흘리며 말했다.

"제발 빨리 좀 얘기해라. 그냥 결론만 말해. 제발!"

"골든릴리 책이 꽂혀 있는 서가의 번호가 12였고 12번째 칸에 꽂혀 있었어."

사비는 마치 우주의 비밀을 풀었다는 듯 잘난 체하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런데 모두 사비의 말을 듣더니 깔깔 웃는 게 아닌가? 사비는 의아했다.

"뭐야? 이런 황당한 얘기는?"

"그건 나도 마루도 아는 거야. 게다가 12번째 서가와 12번째 칸이라면 우리가 이미 책 골든릴리를 챙겨왔잖아?"

수리는 사비를 비웃는 것인지 계속 킥킥 웃었다. 사비는 얼굴이 빨개졌다.

"카툰연구소와 12라는 숫자를 무리하게 연결한 거…."

수리는 말하다가 멈추었다. 얼굴 색이 하얘졌다.

"연관이 있어. 사비 말이 맞아."

이제 모두의 시선은 수리에게 향했다.

"카툰연구소 주소."

수리의 발언은 그야말로 벼락같았다.

"오메가 디스트릭트 12 섹션. 카툰연구소."

수리는 살짝 휘청거렸다. 놀라운 발견이었다.

"A.C B.C야. 이건 역사적 사건이라고."

마루가 잘난 척 떠들었다.

"그게 뭐야?"

핑이 팔짱을 끼고 물었다.

"Anno Domini Before Christ요."

마루가 으쓱대며 말했다.

"오오, 마루. 꼴찌에서 두 번째이긴 하지만, 대단한걸? 어떻게 이런 걸 알았지? 하지만 그건 A.D B.C잖아?"

수리는 마루를 놀리긴 했지만 한편 놀라고 있었다. 뭔가 있었다.

"그런데 12라는 숫자와 그거랑 무슨 관계야?"

사비는 조금 전의 모욕에 얼굴이 벌게져 있었다."

"before cartoon anno cartoon."

마루의 생각은 기상천외했다.

"그러니까 오늘 이 발견을 분수령으로 삼자. 우리는 획기적인 발견을 한 거야. 아빠들이 만든 카툰연구소가 모든 비밀이 집약된 곳이었어."

마루는 자신감 폭발 상태였다.

"그러면 카툰연구소로 우리가 돌아가야 하는데, 우리는 지금 날짜들 사이를 헤매고 있어, 길을 잃었다고."

사비의 말이 맞았다.

게다가 카툰연구소는 엄마들의 잔소리를 피해서 만든 장소였다. 엄마들이 들어갈 수 없는 장소였다.

"엄마들이 들어갈 수 없겠지?"

사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엄마들이 카툰연구소에 들어갈 수 있다 해도 엄마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골든릴리, 베이징맨의 비밀에 대해 전혀 들은 적도 없을 테니 말이다. 분명히 의미 있는 숫자와 암호 같은 것이 나타난다 해도 그냥 무시하고 지나갈 게 뻔했다. 누군가를 보내야 했다. 그런데 누군가를 어떻게 보낸단 말인가? 시공간이 전혀 다른 곳이었고 웜홀을 대신할 운송기기도 없었다.

"프랭크를 엄마들에게 보내면 좋겠어.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할 유일한 방법이야."

그러자 프랭크는 재빠르게 수리의 백팩에 쏙 들어가버렸다.

"안돼. 프랭크가 잠자는 동안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잖아? 그러니까 안 돼. 다른 사람을 보내자."

사비는 프랭크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다.

수리가 역봉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역봉은 수리의 시선을 모르는 척 어깨를 들썩였다. 수리는 역봉을 추켜세웠다.

"어깨 깡패가 가셔야죠."

"나처럼 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은 웜홀을 통과하지 못해. 웜홀이 무너질 거야."

역봉은 단칼에 거부했다.

"그렇다면 헌터밖에 없어."

헌터는 수리와 마루, 사비가 활동하는 무선동호회 모임이었다. 헌터들은 지구 곳곳에 비상연락처를 두고 있었다. 일단 그 비상연락처를 통해 엄마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알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