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 ] '페이퍼 크래프트' 수업하는 부천 창영초 3학년 4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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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14 09:48

종이 자르고 접어 붙이고… 앙증맞은 3D 캐릭터가 '짜잔'

경기 부천 창영초등학교 3학년 4반은 '작은 미술관'이다. 교실 곳곳마다 눈길을 사로잡는 페이퍼 크래프트(Paper craft) 작품들이 가득하다. 페이퍼 크래프트는 종이를 이용해 3차원 입체 모형을 만드는 공예. 학생들의 손이 닿으면 평범했던 종이 한 장이 앙증맞은 미니언즈, 피카추로 변신한다. 학급을 방문한 지난 8일에도 페이퍼 크래프트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페이퍼 크래프트' 수업하는 부천 창영초 3학년 4반
①3학년 4반 학생들이 각자 만든 페이퍼 크래프트 작품을 뽐내고 있다. ②③④⑤도안과 가위, 목공용 풀, 도트 스틱 등을 이용해 평소 좋아하는 캐릭터 모형을 제작 중인 학생들. / 부천=임영근 기자
"포켓몬스터 '찌리리공'을 만들고 있어요. 빨리 완성하고 싶어도 급하게 하지 말고 이렇게 이쑤시개에 목공용 풀을 조금씩 묻혀 얇게 펴 발라야 해요. 그래야 종이가 더 잘 붙고 나중에 안 떨어져요."

캐릭터 도안에 정성스레 풀칠을 하던 김우진 군이 말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학생들도 저마다 가위로 종이를 자르고 접어 풀로 붙이느라 바빴다. 이 반은 올 3월부터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에 이러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날씨가 좋지 않아 야외에서 체육을 하지 못할 때도 마찬가지다.

수업은 담임인 장욱조(30) 교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장 교사는 2015년부터 매일 하루에 2시간씩 취미로 페이퍼 크래프트를 즐긴다. 지난해부터는 새로운 체험 활동 기회를 주고 싶어 학생들에게도 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캐릭터 도안을 종이에 인쇄해주고, 학생들 스스로 원하는 모형을 조립해나가도록 이끈다.

"선생님! 모양이 구겨지고 흐물흐물해졌어요." "이 두 부분은 어떻게 연결해요?"

학생들은 틈만 나면 교사에게 달려가 조언을 구했다.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지금 만드는 부분이 완성된 입체 모형에서 어떤 위치에 자리하는지'였다. 장 교사는 전개도와 입체 모형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페파쿠라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켜놓고 학생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했다.

한 명 한 명 모르는 내용을 가르치던 도중 남학생 둘이 가위를 들고 장난을 쳤다. 교사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안전에 가장 신경 쓴다는 그는 학생들에게 "도구를 다룰 땐 다치지 않게 늘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트 스틱을 구입해 학생들에게 나눠준 것도 '안전' 때문이었다.

본래 도트 스틱은 네일 아트 할 때 무늬를 내는 도구지만, 이 반 학생들은 다르게 이용한다. 도안의 점선을 꾹꾹 눌러 깔끔하게 접는 데 쓴다. 장 교사는 "접는 라인을 잡을 때 끝이 날카로운 아트 나이프를 주로 활용하는데 이 모습을 본 학생들이 따라 사기 시작했다"며 "'아이들이 쓰기에 안전한 도구가 없을까' 고민하다 끝이 뭉툭한 도트 스틱을 사주게 됐다"고 했다.

학생들이 작품 하나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40분, 길게는 2주다. 공들인 페이퍼 크래프트를 완성하는 순간 이들이 느끼는 성취감은 남다르다. 지금껏 40여 작품을 제작한 박준기 군은 "선생님과 부모님께 잘했다고 칭찬받으니까 뿌듯해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2학년 때까지는 학교에 오면 공부만 해서 지루했는데, 이제는 재밌어서 남들보다 일찍 교실에 와요. 더 멋진 작품을 만들기 위해 주말에 집에서 7시간 동안 페이퍼 크래프트만 한 적도 있어요."

김서현 양은 "친구들끼리 서로 모르는 부분을 알려주고 도구를 빌려주면서 더 친해졌다"면서 "다른 반 애들이 '너희 반 하고 싶다'며 부러워할 때는 특별한 사람이 된 기분도 느낀다"고 했다.

오는 12월 학생들은 지금껏 키운 실력을 토대로 교내에서 페이퍼 크래프트 전시회를 연다. 개인이나 팀을 이뤄 '반려견 카페' '미니언즈와 포켓몬의 전쟁' 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장 교사는 페이퍼 크래프트를 '마법'이라고 표현했다. "페이퍼 크래프트는 어린이들이 취미로 즐기기에도 좋지만, 공간지각 능력과 사고력을 키울 수 있어서 수학 등 학습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캐논 크리에이티브 파크' 등 인터넷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도안을 프린트해 쉬운 것부터 도전해보세요. 주변에서 흔하게 만나는 종이가 화려한 동물이나 캐릭터로 변신하는 놀라운 마법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