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읽는 인문 고전] 소인국·거인국에 빗대 인간 사회·현실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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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14 09:48

가족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온 첫날, 소인국을 구경했다. 사진으로만 본 여러 나라의 명소가 한눈에 쏙 들어왔다.

"어쩜 이렇게 작게 만들었을까? 오늘만큼은 내가 왕이다. 모두 내 말을 들어라!"

작은 건물에서 당장에라도 작은 사람들이 뛰어나와 절을 할 것 같았다. 진짜 왕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소인국 왕은 좀 곤란하다. 차도 작고, 집도 작고, 무엇보다 큰 문제는 화장실이다. 왕 체면에 숲에서 볼일을 볼 수도 없지 않은가.

	[단숨에 읽는 인문 고전]
"오빠처럼 식탐 많은 사람이 소인국의 왕이 됐다가는 나라의 식량이 금방 동나고 말걸?"

진희 말도 일리가 있다. 한 끼에 소인국 사람 100명이 먹을 식량은 너끈히 해치울 테니 말이다.

"만약 아빠가 이 나라들 중의 하나를 사 준다면, 큰 나라가 좋아? 작은 나라가 좋아?"

"당연히 아주아주 큰 나라죠!"

아빠의 말에 냉큼 대답했다. 그런데 진희는 잠깐 뜸을 들이더니 작은 나라라고 말했다. 작지만 강한 나라로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한다.

진희의 말에 식구들은 '역시 우리 진희'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대로 진희에게 밀릴 수 없어서 나도 얼른 대답을 바꿨다.

"나도 작은 나라로 할래요. 진짜 진짜 작은 나라요."

그러자 아빠가 웃으며 내 손에 무엇인가를 올려놓았다. 제주 공항을 아주 작게 만든 기념품이었다. 나는 그 공항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꼭 진짜같이 정교했다.

'내 손안에 공항이 들어왔네.'

소인국을 떠나기 전 다시 정원을 둘러보았다. 나중에 크면 이곳에 있는 나라들을 실제로 여행해 보리라 다짐하면서.

[걸리버 여행기]

	[단숨에 읽는 인문 고전]
'걸리버 여행기'는 신비로운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에게 꼭 맞는 여행안내서야. 걸리버가 여행한 나라 중에 어디를 가 보고 싶니? 소인국? 거인국? 천상의 나라 라퓨타? 말의 나라? 중요한 건 어느 나라를 여행하든 여행의 목적을 잃지 않는 거야. '걸리버 여행기'의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는 어떤 목적으로 주인공인 레뮤엘 걸리버를 여행시켰을까?

조너선은 풍자의 대가야. 풍자란 사회의 그릇된 부분이나 잘못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웃음'을 더해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장치야. 풍자가 제대로 작동할 때 깊이 있는 문학이 탄생해.

조너선이 살던 시기에 영국은 '휘그당'과 '토리당'이라는 두 정당이 크게 대립했어.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조너선은 휘그당과 토리당의 그릇된 정치 행태에 환멸을 느꼈지. 성직자이기도 했던 조너선의 눈에는 당시의 종교 또한 허점투성이였어. 조너선은 국민이 이러한 사회문제를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자신의 가치관을 투영한 인물 걸리버를 탄생시켰지. 걸리버가 조너선이고 조너선이 걸리버인 셈이야.

'걸리버 여행기' 하면 '소인국'이 가장 먼저 떠오를 거야. 소인국 릴리퍼트는 작가 조너선의 자국인 영국을 의미한단다. 릴리퍼트에서 일어나는 정당 간 다툼을 통해 영국의 법률가와 정치인들을 비판하지. 소인국 사람들은 별것도 아닌 일로 매일 다퉜지. 작가는 이 유치한 실랑이가 영국의 법률가나 정치인들의 당파 싸움과 다르지 않다고 보았어. 소인국 사람들보다 12배나 큰 걸리버가 보기에 이러한 소인국 사람들의 행동은 무척 우습고 유치할 따름이었지.

그렇다면 걸리버보다 12배 큰 사람들이 사는 거인국에서는 어땠을까? 조너선은 거인국을 소인국보다는 긍정적으로 그렸어. 특히 거인국 왕을 아주 이상적으로 그렸는데, 자신이 실제로 존경했던 윌리엄 템플을 모델로 삼았다고 해.

걸리버는 거인국 왕에게 영국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 왕은 그 이야기를 듣고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지. 걸리버는 거인국 왕이 자기 나라를 모욕했다고 생각해 화를 냈지만, 왕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자기도 한편으로는 영국인들을 비웃어 주고 싶었거든. 그런데 거인국에도 추악한 음모와 탐욕과 위선으로 가득 찬 인간들이 있었어. 걸리버는 그런 인간들을 몹시 혐오했어. 물론 작가의 관점을 반영한 것이지.

걸리버가 세 번째로 여행한 나라는 천상의 나라, 라퓨타야. 라퓨타는 현실 세계보다 과학이 훨씬 발전한 나라야. 문제가 생기면 무엇이든지 과학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라퓨타 사람들은 과학과 수학을 가장 이성적이고 이상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해. 반대로 인간의 감정에서 비롯된 결과물은 완전히 무시하지. 조너선은 이 나라를 통해 과학을 맹신하는 태도를 비판했어. 조너선은 과학이 훌륭하긴 하지만 자연을 거스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지.

걸리버가 마지막으로 간 나라는 말의 나라 '휴이넘'이야. 작가는 말을 인간보다 훨씬 똑똑하고 이성적인 존재로 설정했어. 말의 나라에서는 말이 주인이고 인간은 하인이지. 여기서 인간은 '야후'라고 불려. 야후들은 알몸으로 다니는 데다 성격도 포악했어. 특히 금을 좋아해서 서로 차지하려고 마구 싸우지. 조너선은 야후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풍자했어. 인간이란, 선한 모습 뒤에 혐오스럽고 흉악하고 야만적인 모습이 숨어 있는 존재라는 것을 드러내고자 했지.

인간을 말의 노예로 설정한 마지막 이야기 때문에 '걸리버 여행기'는 한때 출판을 금지당하기도 했어. 그렇다면 조너선은 왜 이토록 강한 충격 요법을 썼을까? 인간의 오만함을 반성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던 게 아닐까? 재미있는 동화인 줄로만 알았던 '걸리버 여행기'에 이렇게 심오한 교훈이 담겨 있다니 흥미롭지 않니?

개암나무 '초등학생을 위한 인문 고전 안내서' (스토리베리 글, 이우일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