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판타지 소설 | 사라진 베이징맨] (44화) 모든 계획은 왕애지로부터 시작됐어… 어디서부터 꼬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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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12 09:51

수리 엄마는 바닥에 얌전히 있는 지옥의끝 달력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지옥의끝 달력은 미동도 없었다.

"왜 저러는 거지? 분명히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야."

수리 엄마는 확신하며 지옥의끝 달력에서 눈도 떼지 않았다. 눈이 아파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순간 지옥의끝 달력이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세 엄마는 서로 껴안은 채 지옥의끝 달력이 어디로 가는지 일단 지켜보았다. 지옥의끝 달력은 남편들이 사용하던 서재 쪽으로 가고 있었다. 세 엄마도 지옥의끝 달력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청소년 판타지 소설 | 사라진 베이징맨] (44화) 모든 계획은 왕애지로부터 시작됐어… 어디서부터 꼬인 거지?
카툰연구소의 서재는 빛의 방을 먼저 통과하도록 설계돼 있었다. 빛의 방은 말 그대로 빛이 자욱한 방이었다. 빛의 웅덩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듯했다. 빛의 방에는 남편들이 직접 제작한 슈퍼컴퓨터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 외 여러 대의 컴퓨터가 있었다.

갑자기 마루 엄마가 얼굴이 벌게지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게임용 컴퓨터를 본 것이다.

"이, 이, 이게 뭐야? 빛의 방? 완전히 피, 피시방이구먼!"

마루 엄마는 너무 흥분해서 말까지 더듬었다. 마루는 눈 밑에 다크서클이 길게 내려올 때까지 게임을 할 정도로 게임을 좋아했다.

"내가 못살아. 엄마는 게임을 하는 아들과 날마다 싸우느라 살이 쪽쪽 빠졌는데…. 아빠라는 사람은 게임용 컴퓨터를 만들어준 거야? 내가 어떻게 찌운 살이었는데."

마루 엄마의 넋두리에 수리 엄마와 사비 엄마가 풋 웃고 말았다. 마루 엄마는 지금도 거의 90㎏ 육박하는 우람한 덩치를 자랑했다.

"내가 여성부에 민원이라도 넣어야지. 게임셧다운제가 뭔 소용이냐고. 못살아 정말."

순간 마루 엄마의 눈에 튼실한 냉장고가 보였다. 마루 엄마는 성큼성큼 걸어서 냉장고 문을 힘차게 열었다. 그야말로 먹을 거 천지였다.

"지옥의끝 달력이고 뭐고, 여기가 천국이네. 푹신한 소파에 맛있는 게 꽉 차있는 냉장고에, 3D 쇼핑이 가능한 컴퓨터에. 더는 뭐가 필요해? 먼저 컵라면부터 시작해볼까? 어이 엄마들 컵라면 오케이?"

그때였다. 지옥의끝 달력이 서재로 옮겨가고 있었다. 수리 엄마는 열려 있는 냉장고 문을 발로 뻥 차서 닫았다. 그리고 마루 엄마를 질질 끌고 데리고 갔다.

서재의 내부는 오래되고 케케묵은 고서적이 많아서 먼지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한발 한발 움직일 때마다 먼지가 사방에서 풀풀 날렸다. 지옥의끝 달력은 뭘 찾는지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세 엄마도 지옥의끝 달력을 따라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저러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텐데…."

순간 지옥의끝 달력이 수직으로 급하게 날아올랐다. 정전이 됐다. 어디선가 느닷없이 음악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음악은 고전음악도 아니고 현대음악도 아니었다.

"뭐지? 38세기에 유행할 음악인가. 아직 인류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음악이야 흠…."

마루 엄마는 어둠 속에서 음악평론가처럼 말했다. 수리 엄마와 사비 엄마는 와중에 킥킥 웃었다.

지옥의끝 달력은 다시 황금빛 빛줄기를 작동시켰다. 어둠 속에서 혼자 환하게 빛났다. 지옥의끝 달력은 책장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갑자기 지옥의끝 달력이 멈췄다. 지옥의끝 달력은 마치 영사기처럼 서재 벽면에 이상한 메시지를 투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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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이곳으로 떠났다. 골든릴리


음악 소리가 점점 커졌다.

"이게 뭐지? 이 긴 숫자들은 뭐지? 또 골든릴리? 골든릴리라면…."

수리 엄마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순간 서재의 책들이 우르르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먼지가 많이 나는지 서재는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흐려졌다.

잠시 후, 먼지가 사라지면서 지옥의끝 달력이 보였다. 세 엄마를 향해 있었다.

"앗…."

세 엄마는 공포에 휩싸였다. 지옥의끝 달력은 마치 공격하기 직전의 짐승처럼 보였다.

"찾는 게 없나 봐. 우리가 찾아주면 안 될까요?"

사비 엄마는 바들바들 떨었다.

"찾을 수 없어. 아빠들이 가져갔거나 아이들이 가져갔거나…."

수리 엄마의 음성도 떨고 있었다.

지옥의끝 달력은 세 엄마를 향해 돌진했다.

"아악!"

"크아아…. 크앙…."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모두 긴장한 채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울음소리는 계속되고 있었다. 드디어, 수리는 전설과 눈빛이 마주쳤다.

"아…."

수리는 망연하게 전설을 바라보기만 했다.

"릴리…."

수리는 릴리라는 이름을 부르며 목이 메었다.

그때였다. 검고 긴 망토를 걸치고 긴 후드를 입고 정중하게 앉아있던 사제가 일어났다.

"날 똑바로 봐. 어서."

수리는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이렇게 소리쳤다. 아마도 핑이나 역봉이 없었다면 이런 큰 용기는 낼 수 없었을 게 분명했다. 긴 후드의 사제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수리는 다시 소리쳤다.

"날 똑바로 보라고."

그러자 긴 후드의 사제가 고개를 돌렸다. 수리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손에 땀이 흘렀다.

"아아…."

골리샘이 소리치며 스르르 쓰러졌다. 역봉과 핑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골리샘을 부축했다. 골리샘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교수님!"

긴 후드의 사제는 왕애지 교수였다. 그는 입가를 말아 올리며 웃었다. 순간 깨어난 전설은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자신이 찾던 퀴번사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모든 계획은 왕애지로부터 시작됐어."

왕애지 교수는 말없이 슬쩍 웃기만 했다.

"어디서부터 꼬인 거지? "

수리는 중얼거렸다. 이렇게 말하면서 수리는 핑을 노려보았다. 수리의 필름은 과거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베이징공항에 내렸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