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할미네 가마솥

김기정 글｜우지현 그림｜이마주｜9800원

태풍이 무섭게 휘몰아치던 밤, 유진이와 교진이 남매는 부모님을 잃었다. 배 속에 막냇동생을 품고 있던 엄마가 아빠와 함께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다가 태풍에 휩쓸렸다. 하루아침에 둘은 고아가 됐다.

남매의 가혹한 운명을 동정할 틈도 없이 책은 사건을 빠르게 진행시킨다. 친척 하나 없는 이들 남매를 도와줄 '동아줄'이 하늘에서 내려온다. 불쌍한 아이들을 돌보는 유명한 자선 사업가 도기씨와 곽 여사 부부. 이들은 천사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 남매를 안아준다. 동사무소와 법원을 바쁘게 뛰어다닌 끝에 남매의 새로운 보호자가 된다.

남매를 데리고 도시로 간 부부는 사흘 만에 본색을 드러낸다. 그들은 남들이 생각하는 선한 자선 사업가가 아니었다. 아이들을 쫄쫄 굶기고 때리고 툭하면 방에 가둔다. 하늘에서 내려온 건 '썩은 동아줄'이었고, 부부는 남매의 유산을 노린 '호랑이'였다.

아이들이 절망에 빠져 희망을 잃어갈 때쯤, 책 제목에 적힌 '마고할미'가 슬그머니 등장한다. 유난히 키가 작은 아저씨가 남매가 갇힌 아파트로 찾아와 '할머니가 너희를 애타게 찾고 있다'고 얘기해준다. 아저씨는 마고할미가 보낸 '황금빛 씨앗'을 문틈으로 밀어 넣는다.

남매는 씨앗을 이용해 아파트를 탈출한다. 그리고 마침내 마고할미를 만난다. 마고할미는 남매를 씻기고 입힌 뒤 따뜻한 죽을 쑤어 먹인다. 그런데 어디선가 못된 호랑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남매를 부르는 도기씨 부부의 목소리. 겁에 질린 남매는 벌벌 떨지만, 마고할미는 태연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밖에 나오지 말라'고 이른 뒤 남매를 다락으로 올려 보낸다.

작가는 소외된 아이들이 살아가는 참혹한 현실을 여과 없이 써 내려간다. 신문·방송에서 심심찮게 들려오는 어린이 관련 사건·사고들, 학대받는 아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유진이와 교진이 남매의 이야기 속에 투영시킨다.

여기에 우리 신화인 '마고할미' 이야기를 버무린 게 신의 한 수. 어리고 나약하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고 못된 짓을 일삼은 어른들에게 마고할미는 조금의 인정도 베풀지 않는다.

도기씨 부부의 최후는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나오는 호랑이의 마지막을 생각해보면 된다. 권선징악(勸善懲惡). 악은 벌을 받고 정의는 승리하는 세상을 기대하게 만드는 따뜻하고 통쾌한 판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