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쿠샤의 추억

김세미·이미진 글｜전현선 그림｜찰리북｜1만3800원

서울시 종로구 행촌동 1번지. 이곳에는 1923년에 지어진 빨간 벽돌집 '딜쿠샤'가 있다. 이 건물을 지은 사람은 당시 UPA통신사(UPI의 전신) 서울 특파원으로 있던 미국인 앨버트 테일러다. 그는 이곳에 머물면서 3·1운동 소식을 세계에 알렸다.

딜쿠샤는 산스크리트어로 '기쁜 마음의 궁전'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름과 달리 딜쿠샤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1926년 벼락을 맞아 건물 일부가 불에 탔고, 1942년 테일러가 일제에 의해 추방되고 난 뒤 한동안 폐허로 방치되기도 했다.

책은 딜쿠샤를 화자로 내세운다. 일제강점기 주권을 되찾기 위해 애쓰는 한국인들의 모습부터 1945년 광복을 맞이하는 풍경,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과 이후 빠르게 개발되는 서울의 모습 등 100여 년의 역사를 담담한 목소리로 전한다. 서울을 떠난 지 66년 만에 찾아온 테일러 가족의 각별한 '한국 사랑'도 뭉클하게 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