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군대가 예루살렘 성을 포위한 채 토론을 하고 있었어요.

"성을 빼앗으면 학교와 교회부터 공격해라."

"장군님, 곡물 창고부터 차지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다. 지식을 가르치는 학교와 사람의 마음을 모으는 교회부터 없애야 저들이 무너질 것이다."

그런데 이런 로마 장군의 마음을 꿰뚫어 본 사람이 성안에도 있었어요. 바로 대제사장 요하난이었죠.

요하난은 성 밖으로 나가 로마 장군과 이야기를 나눌 계획을 세웠어요. 삼엄한 경비를 뚫고 나가기 위해 제자들을 불러 몇 가지를 지시했죠.

이튿날 요하난이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성안에 퍼졌어요. 제자들은 울면서 요하난의 시신을 담은 관을 들고 성문으로 향했어요. 병사들이 제지했지만 "스승을 땅에 묻어야 하는데 묘지가 성 밖에 있다"며 부탁을 했어요. 요하난을 존경한 병사들은 결국 성문을 열었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성 밖에 있던 로마 병사들이 제자들의 앞을 가로막았어요. 하지만 "돌아가신 스승님이 모셔진 관"이라고 소리치자 물러설 수밖에 없었어요.

이후로도 한참을 더 걸었을 무렵, 갑자기 죽은 줄 알았던 요하난이 관 뚜껑을 열고 일어났어요.

요하난은 제자들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 로마 장군을 찾아갔어요.

"로마의 황제가 될 당신에게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내가 로마의 황제가 된다고? 네 부탁이 무엇이냐?"

"로마가 예루살렘 성을 무너뜨리면, 가난한 자들이 사는 야브네 거리는 공격하지 말아 주십시오."

"좋다. 황제가 되면 그 약속을 지키마."

몇 달이 흘러 장군은 요하난의 예언대로 로마의 황제가 됐어요. 그리고 예루살렘 성을 함락시켰죠.

"황제의 명이다. 야브네 거리만은 공격하지 말아라."

로마 황제는 요하난과의 약속을 지켰어요.

사실 야브네 거리에는 모든 학교와 교회가 모여 있었어요. 이곳을 지키기 위해 요하난이 가난한 사람들이 산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었죠. 요하난 덕분에 예루살렘의 학교와 교회는 무사할 수 있었답니다.

〉〉 나라와 민족을 지켜 주는 힘이 학교에서 나온다고요?

로마의 군대 앞에서 예루살렘 성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웠어요. 이때 요하난은 기지를 발휘해 학교와 교회를 지켜냈죠. 과거 일제강점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우리나라의 전통과 지식을 없애려고 학교에서 일본어를 배우게 하고, 이름도 일본식으로 바꾸게 한 것이죠. 하지만 조상들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숨어서 우리말과 학문을 가르쳤어요. 이렇게 지식을 얻은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독립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답니다.

상상의집 '탈무드로 배우는 같이 학교' (강지혜 글, 방현일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