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이야기다. 내가 놀러 갔다 온 사이에 엄마가 사라졌다. 아빠에게 물어보니 넘어져서 발가락뼈에 금이 갔고, 결국 병원에 갔다고 했다. 놀란 마음에 병원에 가보니 엄마의 발에 깁스가 채워져 있었다.

"왔어?"

내가 너무 놀라서 경직돼 있자 아빠가 날 달래주려고 병원 아래에 있던 '블록 에듀'라는 곳에 데려갔다. 블록 에듀는 블록으로 유명 게임 캐릭터 모델을 만들고, 구슬 공예품도 만들 수 있는 곳이었다.

때마침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구슬 공예를 이용해 엄마에게 직접 만든 선물을 주는 것이다. 어느 모양을 만들지 고민하다가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바로 '하트' 모양이었다. 내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모양.

속에서부터 진빨강, 빨강, 진분홍, 분홍색을 채우고 테두리를 하늘색으로 장식해 열쇠고리를 만들었다. 완성되자마자 병원으로 뛰어가 엄마께 선물을 드렸다. 엄마는 열쇠고리를 받고 아주 기뻐하셨다.

다음 날은 주황색 하트 모양을, 그다음 날은 하늘에 떠 있는 별 모양을, 또 다음 날에는 알록달록한 색의 공예품을 드렸다. 하루하루 선물을 드리니 서로서로 기뻤다.

나중에 엄마의 발이 낫고 왜 발가락을 다쳤는지 궁금해졌다.

"엄마, 그런데 예전에 발가락은 왜 다쳤던 거야?"

"그게…. 동생 안아주다가 장난감 밟고 넘어졌거든."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그래서 동생에게 엄청나게 화를 냈다. 그날엔 말도 간신히 하는 동생에게 왜 그리 많이 혼냈는지 모르겠다. 딱히 동생 잘못도 아닌데 말이다. 그냥 동생이 질투 나서 그랬던 것 같다.

4년 전 엄마가 다쳤던 것을 생각하면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엄마의 깁스부터 그날의 감정, 하트 모양 열쇠고리까지 말이다.

<평> 놀랍다. 4년 전 일을 회상해 썼다는 사실도 대단하고, 엄마를 끔찍이 사랑하는 마음도 크게 다가온다. 엄마가 발가락뼈에 금이 가 병원에 입원하게 된 날부터의 일을 시간 순서에 맞게 잘 썼다.그런데 서랍장 속에 숨은 것이 무엇인지 나타나 있지 않아 아쉽다. 아마도 엄마는 아들이 매일 만들어 선물해준 열쇠고리들을 고이 간직하지 않았을까? 만약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를 더 자세하게 풀어냈다면 더욱 맛있는 글이 됐을 것이다.제목에만 덜렁 써놓고 막상 글에서는 '서랍장'이라는 단어도 쓰지 않은 부족한 작품임에도 가작에 올린 까닭은 있다. 엄마가 동생을 안아주다가 다친 것을 알고 불같이 화가 나는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했기 때문이다. 사랑과 질투라는 두 가지 감정을 투명하게 드러낸 것에 높은 점수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