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명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열한 살짜리 소년의 그림책이 이름을 올렸다. 주인공은 전이수 군. 입양을 소재로 한 그림책 '새로운 가족'에는 이수의 그림과 손 글씨가 그대로 실렸다. 삐뚤빼뚤하지만, 글자 하나하나가 모여 전달하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전작인 '꼬마악어 타코'와 '걸어가는 늑대들' 못지않게 인상적이라는 평가다.

"지금까지 낸 책 중에 가장 아끼는 작품이에요. 그림이 원하는 만큼 잘 나왔고, 메시지도 제대로 전달됐어요. 실제로 제가 겪은 얘기라 더 특별하기도 하고요."

'새로운 가족'에는 지난 2014년 공개 입양된 이수의 셋째 동생 유정이의 이야기가 담겼다. 지적장애를 가진 유정이는 책에서 다리를 저는 새끼 코끼리로 표현됐다. 아픈 코끼리는 사자 떼에게 쫓기다 코끼리 무리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무리 속에 있던 한 코끼리는 새로운 가족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남들보다 느린 데다 자신이 애써 그려 놓은 작품을 망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어느 날, 사고로 가족과 떨어지게 되고 나서야 그간 외로웠을 새끼 코끼리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24일 만난 이수는 "유정이를 통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면 같은 핏줄이 아니어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이러한 내용을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루 서너 시간씩 석 달 정도 매달려 책을 완성했어요. 항상 가지고 다니는 '끄적임 노트'에 문득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를 적어놨다가 A4 용지 한 장을 여러 조각으로 조각내 만든 미니 북에 이야기로 풀었죠."

글과 그림은 틈날 때마다 고치고, 또 고치고 여러 번 갈고닦았다. 어느 정도 마음에 드는 수준이 되자 A4 용지 한 장에 장면 하나씩 옮겨 담았다. 이후 이를 스캔해 컴퓨터로 부모님과 함께 다시 한 번 손질했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든 비결이었다.

글·그림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은 꾸준히 쌓아왔다. 어릴 적부터 이수에게 미술 활동은 일상이자 놀이였다. 취미로 그림 그리기를 즐기던 엄마의 영향이 컸다. 방바닥, 벽, 문, 자동차…. 이수는 손이 닿는 곳마다 자유롭게 그림을 그렸다. 이러한 흔적은 집 안 곳곳에 남아 있었다.

엄마 김나윤(42)씨는 "틀에 박힌 대로 그리기보다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하기를 원해 전문적인 미술 교육은 시키지 않았다"며 "그래서인지 이수는 '어떻게 하면 잘 그릴 수 있을까'보다는 속마음을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글을 적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수의 글은 생각의 깊이가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관심 가는 분야를 계속 파고들어 간 결과다. 호기심이 많은 이수는 무언가 궁금한 게 생기면 아빠에게 물어봐 반드시 답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을 이어가 사고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작년 여름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것도 주위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됐다. 그는 편지에 '자신이 사는 제주도 자연이 건물 건설, 버스 전용 차로 공사 등으로 파괴되지 않도록 지켜달라'고 적었다. 답장도 받았다. '이수의 말을 새겨들어 나라의 환경 정책을 만들어가겠다'는 내용이었다. 편지는 이수의 보물상자 속에 소중히 보관돼 있다.

나눔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항암 치료로 모발이 빠진 소아암 환자들에게 기부받은 머리카락으로 가발을 만들어 주는 단체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4년간 머리를 기르기도 했다.

"그때 머리카락이 엉덩이까지 올 정도로 길어서 여자라고 많이 오해받았어요. 남자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여자 화장실은 반대편'이라는 말에 그냥 밖으로 나온 적도 있어요. 그래도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어 뿌듯했어요. 올해부터 다시 머리카락을 기를 생각이에요."

이수의 꿈은 동화작가, 세상에서 가장 달리기가 빠른 사람, 자동차 디자이너, 과학자 등 수시로 바뀐다.

"커서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요. 나도 행복하고 다른 사람들도 행복하게 해주는 어른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