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판타지 소설|사라진 베이징맨] (48화) "과거든 미래든 어디든 갈 수 있는 책… 골든릴리를 찾으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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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09 09:39

"성만 왕씨지 진짜 왕도 아니면서. 웃기네 정말."

마루 엄마는 왕애지 교수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난 왕이다. 왕."

왕애지 교수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왕애지? 당신 원래 왕씨 아니지?"

마루 엄마의 한마디에 왕애지 교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유명한 베이징대학의 교수씩이나 하는 사람이 왕이 되고 싶어서 스스로 왕씨 성을 갖다 붙여?"

마루 엄마의 비난은 멈추지 않았다. 왕애지 교수의 얼굴은 흙빛이 됐다.

"무식한 돼지 아줌마."

왕애지 교수는 마루 엄마에게 복수하듯 말했고 마루 엄마는 화가 폭발했다.

"뭐 돼지 아줌마?"

마루 엄마는 부르르 떨며 두툼한 발로 바닥을 쿵쿵 내리쳤다. 연구소가 살짝 흔들리며 천장에서 먼지가 하얀 눈처럼 내려왔다.


	'과거든 미래든 어디든 갈 수 있는 책… 골든릴리를 찾으러 왔다'
일러스트=나소연

"넌 유사 인류야. 진짜 인류가 아니지. 으하하."

왕애지 교수는 약 올리듯 웃었다.

"이제는 돼지 아줌마를 넘어서 유사 인류? 내가?"

"당연하지. 릴리를 본 적 없지? 너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아름답지. 아름답다는 말도 어울리지 않아. 보석이야. 보석."

왕애지 교수는 정신이 나간 듯 보였다.

"됐고. 책이나 어서 내놔."

왕애지 교수는 명령하듯 말했다.

"우리는 책을 갖고 있지 않아요. 그렇다고 아이들이 갖고 있다는 것도 아녜요."

수리 엄마는 아이들이 위험에 처할까 봐 걱정됐다.

"도대체 그깟 책이 뭔데 아이들 아빠와 아이들, 우리까지 이 고생을 시키는 거야? 도대체 그 책이 뭐야? 내 눈앞에 있으면 당장 찢어버렸을 거야."

마루 엄마가 말했다.

"아직도 모르겠나? 하긴 돼지 아줌마가 뭘 알겠어? 으하하."

왕애지 교수는 미친 듯이 웃다가 정색을 하고는 나직이 말했다.

"신의 버튼."

왕애지 교수의 말은 어쩐지 괴기스러웠다.

"너희 유사 인류는 과거나 미래로 가기 위해 타임머신 따위를 만든다고 난리를 쳤지. 그마저도 실패했지만. 으하하…. 하지만 책 골든릴리는 과거든 미래든 어디든 갈 수 있지."

수리 엄마, 사비 엄마, 마루 엄마는 깜짝 놀랐다.

"아이들이 어떻게 날짜 사이를 이동할 수 있었겠어? 바로 책 때문이었지. 그리고 책은 사라졌고…. 난 바로 그 책을 찾으러 왔다."

왕애지 교수는 집요했다.

"우리는 정말 책이 어디 있는지 몰라요. 당신이 보낸 소포에는 지옥의 끝 달력과 날짜를 바꾸라는 메시지만 있었다구요."

수리 엄마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럼…. 도대체 책은 누가 만든 거죠?"

수리 엄마가 용기를 내어 물었다. 왕애지 교수는 잠시 머뭇거렸다.

"릴리…."

왕애지 교수의 대답은 의외였다.

"릴리가 누구예요?"

수리 엄마는 다시 물었다.

"너희 인류가 붙여준 이름은, 베이징맨이지."

왕애지 교수는 계속 웃고 또 웃었다.

"베이징맨? 호모 에렉투스의 아류라고 말하는 그 베이징맨?"

수리 엄마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왕애지 교수가 버럭 화를 냈다.

"아류? 무슨 아류야? 너희가 아류다. 호모 사피엔스가 갑자기 나타난 아류라고."

왕애지 교수는 얼굴이 벌게진 채 소리쳤다.

"베이징맨은 호모 사피엔스의 고인류라고 배웠어요. 그저 수렵이나 하거나 사냥을 했을 고인류요. 그런데 그런 베이징맨이 책을 만들었다고요? 그것도 타임머신과 같은 책을 만들었다고요? "

수리 엄마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누가 베이징맨을 고인류라고 했어? 너희보다 앞선 시대를 살았다고 해서 고인류야?"

왕애지 교수가 소리쳤다.

"너희보다 앞선 시대를 살았을 뿐 너희보다 뛰어난 문명을 이루고 살았었다. 그리고 릴리는 불멸을 이루었지. 물론 퀴번 사제 때문이야. "

왕애지 교수가 말하자 수리 엄마가 대들 듯이 말했다.

"당신은 이미 오랫동안 살아왔잖아요?"

"그랬지. 여러 사람의 얼굴과 몸으로."

왕애지 교수의 말은 어쩐지 쓸쓸했다.

"아…. 당신은 릴리처럼 변하지 않는 얼굴로 영원히 살고 싶은 거였군요."

"난 매번 다른 얼굴과 다른 몸으로 살아왔고…. 그래서 기억의 혼란을 겪었어…. 그런데 퀴번 사제는 완벽한 연금술에 성공했던 거야. "

왕애지 교수는 절박해보였다.

"그럼 왜 날짜를 바꾸어야 하죠?"

"퀴번은 날짜들이 스스로 이동할 수 있도록 조작했어. 그가 책을 갖고 있어. 아이들한테 빼앗았을 거야."

"그런데 왜 너는 아빠와 아이들을 이용한 거야?"

마루 엄마가 물었다.

"퀴번 사제가 속을 줄 알았어. 그는 날 알지만, 아이들과 아이들의 아빠는 날 모르니까. 만약 책이 너희에게 없다면 난 아이들에게 가겠다."

"아니. 더는 아이들을 이용하지 마. 당신이 무시하는 돼지 아줌마들은 입법, 개헌, 불법, 탈법도 할 수 있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돼지 아줌마 사전 19쪽 일곱째 줄."

마루 엄마는 왕애지 교수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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