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에스파냐는 이슬람 세력의 지배를 받고 있었어요. 8세기경, 아프리카에서 지브롤터해협을 건너 이베리아반도로 들어온 이슬람교도들은 그 땅에 수준 높은 학문과 아름다운 예술을 전해 주었지요. 하지만 이슬람 문화의 전파는 차츰 눈을 뜨기 시작한 기독교 세력을 하나로 모아 주는 계기가 됐어요.

"힘을 합쳐 이슬람교도에게 빼앗긴 우리의 땅을 다시 찾읍시다!"

13세기 무렵, 하나로 힘을 모은 기독교 세력은 국토 회복 운동을 펼치며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기 시작했어요. 그로 인해 이슬람교도들은 에스파냐 남부에 자리한 그라나다까지 쫓겨났지요.

그라나다는 낡은 성벽이 쌓여 있는 자그마한 도시였어요. 하지만 이곳으로 내몰린 이슬람교도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스르 왕조를 세웠지요.

"새 왕조에 어울리는 궁전을 짓도록 하라!"

비록 언제 다시 공격을 받을지도 모르는 처지였으나 나스르 왕조의 무하마드 1세는 궁전 건설을 명령했어요. 새로 시작하는 왕조를 위해 그 기반을 다지고 싶었던 거예요. 이때 지어지기 시작한 궁전이 바로 알람브라 궁전이랍니다. 나스르 왕조는 그라나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궁전을 쌓았지요. 13세기 후반에 시작된 공사는 여러 왕을 거치며 차츰차츰 완성되었답니다.

나스르 왕조가 공을 들여 지은 알람브라 궁전은 이슬람 문화를 대표하는 뛰어난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붉은 성'이라는 의미를 담은 알람브라 궁전에는 건물마다 이슬람의 정신이 깊이 스며 있지요. 궁전에서 가장 큰 탑으로 알려진 코마레스 탑에는 아름다운 건물로 손꼽히는 '대사의 방'이 있어요. 외국 손님을 맞이하던 곳인데 방의 벽면에는 아라베스크 무늬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어요. 또한 '코란'의 구절과 아라비아 문자들이 아름다운 무늬처럼 쓰여 있답니다. '두 자매의 방' '사자의 뜰' '왕의 목욕탕'은 신비로운 분위기로 가득 찬 곳이에요. 궁전의 안쪽에 있는 사자의 뜰에는 12마리의 사자 조각상들이 받치는 분수대가 있어요. 원래 이 분수대는 물시계 역할을 했다고 전해지지요. 매시간 사자들의 입에서 시간을 알려 주는 물줄기가 나왔다고 해요. 이렇듯 궁전의 섬세한 기둥과 아라베스크 무늬로 장식된 매력 넘치는 건물들은 모두가 이슬람의 문화와 미술을 보여 주는 예술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답니다. 1492년, 나스르 왕조가 에스파냐의 기독교 세력에게 무너질 때까지 그라나다는 이슬람 문화를 화려하게 꽃피웠던 곳이었어요.

"참으로 화려하고 웅장하도다! 이런 건물은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해."

나스르 왕조를 몰아내고 그라나다를 점령한 에스파냐도 알람브라 궁전의 가치를 알고 파괴하지 않았지요. 오히려 이슬람의 건축 양식을 토대로 기독교 문화와 접목시켜 새로운 건축 양식을 발전시켜 나갔어요. 지금도 그라나다 곳곳에는 알람브라 궁전을 비롯한 이슬람 문화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어요. 특히 알바이신 지역에는 그 옛날 이슬람교도들이 살았던 낡고 오래된 건물이 남아 있어 이슬람의 자취를 느끼게 해 주고 있답니다.

늘푸른아이들 '술술 읽히는 세계 문화유산 이야기' (초등역사교사모임 지음, 이현진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