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판타지 소설 | 사라진 베이징맨] (50화) "날짜를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놓쳤어…" 퀴번사제 얼굴이 어두워졌다

  • 하지윤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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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09 09:38

한편 수리는 핑이 가지고 달아난 책 골든릴리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아빠, 책을 훔쳐간 핑도 문제지만 책 골든릴리가 그렇게 중요한 거예요?"

수리가 아빠에게 물었지만, 대답은 퀴번사제가 했다.

"책 골든릴리는 단순한 책이 아니야. 물론 그 정도는 짐작하고 있겠지만…. 책 골든릴리는 과거, 미래 어디든 원하는 대로 갈 수 있는 일종의 타임머신이지."

수리의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퀴번사제의 대답을 듣고도 믿기 어려웠다. 아직 그 누구도 이런 형태의 타임머신을 만들지 못했다.

"제가 다니는 오메가고고학교에서 특별활동을 했었거든요. 그때 타임머신을 만들겠다고 친구들을 꾀어서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물론 그 친구들은 사비, 마루가 전부지만, 그게 다 해프닝으로 끝났다니까요. 헤헤…. 그런데 퀴번사제님이 타임머신 얘기하니까 중2 병에 걸리신 게 아닌가 생각도 들어요….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는 중2 병, 약도 없다는 중2 병 말이에요. 헤헤."

수리는 괜히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퀴번사제는 수리와 눈을 맞추며 다시 설명했다.

"책 골든릴리는 아주 아주 작은 초소형 웜홀이라고 할까? 가장 적당한 표현인 거 같은데? 어때? 이해됐어?"

그러나 수리는 퀴번사제의 말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작은 웜홀이라도 우리 인간보다 커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를 품을 수 없잖아요? 웜홀이 풍선이에요? 우리가 웜홀이라는 풍선에 매달려 가는 꼴이잖아요?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수리는 꼬박꼬박 따지고 들었다.

"수리, 웜홀을 단단한 그릇으로 생각하지 마. 탄력성이 매우 강한 웜홀, 수축과 이완이 얼마든지 가능한 웜홀이라고 생각해봐. 음…. 어때? 이해됐어?"

퀴번사제는 절대 흥분하지 않고 설명했다.

"휴대용 웜홀이요?"

수리가 소리쳤다.

"그래. 맞아 그거야."

퀴번사제도 소리를 질렀다.

"북유럽 신화에 보면 유명한 대장장이 이발디가 만든 배 스키드블라니르가 있어요. 그 배는 아주 작지만 다 펴면 모든 신이 다 탈 수 있는 마법의 배였어요. 휴대용 웜홀도 마찬가지네요. 작지만 다 펴면 우리 모두를 다른 시공간을 이동시킬 수 있는 큰 웜홀이 되는 거잖아요? 와, 멋지다, 멋져."

	[청소년 판타지 소설 | 사라진 베이징맨]
일러스트=나소연
수리는 신이 나서 떠들었다.

"그런데 사제님은 그런 귀한 책을 어떻게 갖게 되었어요? "

수리는 퀴번사제에게 물었다.

"땅이 찢어지고 산이 무너질 때, 내가 살기 위해서 아버지를 찾아 동굴로 몸을 던졌을 때…. 난 이미 무너져내린 동굴로 몸을 던진 거였어…. 동굴은 그냥 깊은 구멍이었지. 난 계속 떨어졌어. 그리고 정신이 들었을 때 난 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이상한 장소에 도착해 있었어. 눈 부신 빛이 춤을 추는 장소였어. 난 조심스럽게 들어갔지. 물론 아버지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말이야. 하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어. 그런데 내 눈앞에 너무도 이상한 광경이 펼쳐졌어. 바다가 내 머리 위에 출렁이고 있었거든. 그리고 그 책을 발견했지…. 물론 그때는 황금이 입혀지지 않았어. 황금은 내가 입힌 거야. 백합도 내가 그린 거야. 난 호기심에 그 책을 주워서 책장을 한 장 넘겼지.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 로마시대로 가 있었어. 당시 로마시대는 연금술이 유행했지. 단순히 평범한 금속을 황금으로 만드는 정도가 아니라 불멸을 연구하는 집단이 있었어. 그게 바로 몬이야. "

퀴번사제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사제님이 연금술에 성공하신 거죠? 그렇죠?"

수리는 대답을 빨리 듣고 싶었다.

"응. 난 불멸을 만들 수 있어. 그런데 단 하나…."

수리는 침을 꼴깍 삼켰다.

"내가 시공간은 마음대로 옮겨다닐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을 내가 사는 시공간대로 옮겨오는 건 내 뜻대로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어. 책 골든릴리가 만든 시공간의 이동은 무작위로 일어나는 거였어. 예를 들어 내가 12월 12일에 릴리를 데려오겠다, 이럴 수는 없다는 거야. 이건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평행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절대적 오차야."

퀴번사제는 진짜 지식이 많은 사제다웠다.

"그런데 부활절 날짜를 바꾸면서 그 날짜를 움직일 수 있었던 거죠? 그것도 사제님이 직접."

수리는 이제 빠져들고 있었다.

"맞아. 날짜를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어. 그런데 알고 있다시피… 기회가 날아가 버린 거지."

퀴번사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우리는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땅이 찢어지고 산이 무너져내려도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인간들이 나를 주구점 용동굴에서 꺼내지만 않았어도 우리는 성공했을 거예요. 게다가 내 유골은 태평양 바다 어딘가에 가라앉고 말았어요. 난 내 몸을 잃어버린 거예요. "

릴리는 자신이 입고 있던 망토를 벗었다. 몸이 없었다. 충격적이었다.

"퀴번사제가 나타나는 시공간마다 퀴번사제를 방해하는 세력이 있었던 거네요. 모두 퀴번사제의 불멸이 궁금했겠죠. 그럼 왕애지는 누구예요?"

"왕애지는 내가 잃어버린 그 책을 갖게 되었어. 그리고 그 책으로 시공간을 넘나들었지. 왕애지는 그 책이 자신에게 어마어마한 권력을 준다는 걸 깨달았어. 모두 왕애지에게 복종했으니까. 절대적인 신의 모습으로 살았던 거지…. 그런데 그 책은 나와 왕애지 사이를 왔다갔다했어. 그는 끈질기게 그 책을 찾아다녔고 또 잃어버리기도 했어. 아마 나를 죽이고 싶을 거야."

수리는 갑자기 그레고리우스의 1582년 10월 달력을 들여다보았다.



1, 2, 3, 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어쩌면 이 달력의 날짜는 그냥 날짜가 아닐 수 있었다. 사라진 열흘이 과연 무엇일까? 비밀스러운 시스템을 푸는 암호일까? 아니면 우주에서 보내는 메시지일까? 퀴번사제는 로마시대에 있기도 했고, 지하 능에 갇히기도 했다. 어느 날은 베이징 지하 도시에 있기도 했다.

"아빠…. 사라진 열흘, 이 숫자의 조합이 어떤 특정 장소를 의미하는 건 아닐까요? 이건 재미있는 게임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