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석에 새겨진 함무라비 법전. 함무라비 왕은 비석에 280여 개의 법 조항을 빼곡하게 새겨 사람들에게 널리 알렸다.

"우르가 멸망하고 얼마 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바빌론이라는 도시 국가가 서서히 힘을 키우기 시작한단다. 바빌론 역시 아카드인과 마찬가지로 셈족이 세운 도시였지."

"바빌론? 분명히 어디서 들어 본 이름인데…."

허영심이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하하, 아마 설명을 듣다 보면 생각이 날지도 몰라. 메소포타미아 중부에 있는 작은 도시 바빌론은 기원전 1800년 무렵 함무라비 왕이 등장하면서 전성기를 맞이했어."

함무라비라는 말에 허영심의 귀가 번쩍 뜨였다.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왕! 함무라비 법전을 만든 사람이죠?"

"그래. 함무라비 왕은 경쟁 도시들을 누르고 메소포타미아 남부를 통일해 제국의 전성기를 열었지. 함무라비 왕은 제국을 통합하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을 기울였어. 아카드어를 공용어로 채택하고 함무라비 법전을 만들었지. 또 마르두크를 최고 신으로 삼아 종교를 통일했단다. 덕분에 바빌론 사람들과 수메르 사람들은 처음부터 하나의 민족이었던 것처럼 완전히 통합됐어. 이때부터 메소포타미아 일대는 바빌로니아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게 돼."

"아하, 그러니까 바빌로니아 제국은 바빌론과 수메르를 함께 다스린 제국인 거군요."

"그렇단다. 이렇게 함무라비 왕은 제국을 안정시키고 그 힘을 바탕으로 메소포타미아 북부는 물론 동쪽의 엘람과 시리아까지 정복해 대제국을 완성했어. 또 정복 사업을 활발히 펼치면서 바빌론 주위에 높은 성벽을 쌓고, 운하와 도로를 정비해 무역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애썼어. 이러한 노력 덕분에 바빌로니아 제국은 함무라비 왕 이후 300년 동안이나 메소포타미아를 다스리게 됐단다. 그리고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지만, 무려 1000년 동안 서아시아를 주름잡는 강대한 세력이 됐지. 바빌로니아라는 이름은 앞으로도 여러 차례 등장할 테니 잘 기억해 두려무나."

"함무라비 왕이 진짜 훌륭한 왕이었나 봐요?"

"물론이지! 그건 그렇고 아까 나왔던 함무라비 법전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고 갈까?"

"좋아요. 함무라비 법전이 인류 최초의 법전인가요?"

"아니야. 법은 훨씬 전에도 있었단다. 바빌로니아보다 300년 앞선 우르의 유적에서도 법전이 발견됐거든. 문제는 도시마다 법이 제각기 달라서 나라를 제대로 다스릴 수 없었다는 거야. 함무라비 왕은 여러 도시의 법과 규칙을 모두 수집하고 나서 이것을 참조해 나라 전체에 통하는 법을 만들었어. 그러고서 함무라비 왕은 그 법조문들을 비석에 새겨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광장에 떡 하니 세웠어."

"그건 왜요?"

"법은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알리는 것도 매우 중요하거든. 또 한 가지 중요한 게 있는데, 그건 다음 시간에!"

■용선생의 핵심 정리

기원전 1800년 무렵, 함무라비 왕이 메소포타미아를 통일하고 바빌로니아 제국을 전성기로 이끎.

사회평론 '교양으로 읽는 용선생 세계사' (차윤석·김선빈 외 글, 이우일 외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