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희 박사의 신통방통 곤충] ―참개미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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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14 09:38

화려한 몸 색깔·밤송이 같은 털… 개미벌 똑 닮았네!

개미붙이류를 아시나요? '개미붙이과'란 이름은 개미붙이류가 말 그대로 개미를 닮았다 해서 붙여졌습니다. 곤충의 세계에서는 어떤 곤충의 이름 뒤에 '붙이'가 들어가면 그 어떤 곤충과 '비슷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개미붙이류를 실제로 보면 개미보다 개미벌을 훨씬 더 닮았습니다. 한 번만 봐도 "와! 개미벌과 똑같네"란 말이 절로 나옵니다.

우리나라에 사는 개미붙이류 가운데 개미벌을 특히 더 닮은 녀석을 손꼽으라면 단연 참개미붙이가 1등, 가슴빨간개미붙이가 2등, 띠가슴개미붙이가 3등 정도 됩니다. 참개미붙이는 아무리 봐도 개미벌과 똑 닮았습니다. 몸집만 개미벌보다 조금 컸지 새빨간 무늬와 새하얀 띠무늬가 화려한 몸 색깔을 보면 영락없는 개미벌입니다.


	참개미붙이.
참개미붙이.
그뿐이 아닙니다. 개미벌의 트레이드마크인 털들이 온몸을 다 덮고 있군요. 비스듬히 누워 있는 털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털이 밤송이처럼 서 있습니다. 녀석의 털을 살짝 만져 보니 뻣뻣하군요. 하지만 손가락을 찌를 정도로 억세지는 않고 또 독 물질(정식 명칭은 방어물질 또는 화학물질이라고 함)을 내뿜지도 않습니다.

개미벌은 몸속에 강한 독을 품고 있습니다. 거미나 두꺼비 같은 힘센 포식자와 맞닥뜨리면 녀석은 눈 깜짝할 사이에 몸속에 숨겨 둔 독침을 쑤욱 빼내 푹 찌릅니다. 독침 세례를 받은 포식자는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마비되어 꼼짝하지 못합니다. 그 틈을 타 개미벌은 부리나케 도망치고 포식자는 마비가 풀릴 때까지 한동안 '닭 쫓던 개' 신세가 됩니다.

또한 개미벌은 걸음걸이가 굉장히 빨라 웬만한 포식자는 녀석을 뒤쫓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곤충 세계는 개미벌처럼 강한 독을 품은 곤충이 많지 않습니다. 독 물질을 만들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지요. 참개미붙이는 독 물질을 한 방울도 만들지 않으니 그냥 손 놓고 있는 것보다 개미벌을 닮는 게 생존에 도움이 됩니다. 물론 참개미붙이가 의도적으로 개미벌을 흉내 낸 것은 아닙니다. 참개미붙이의 아주 먼 조상이 진화하는 동안 나타난 여러 변이형 중 개미벌을 닮은 조상이 생존에 유리해 오늘날까지 대를 이어 온 것입니다.


	도장버섯에서 살고 있는 참개미붙이 애벌레.
도장버섯에서 살고 있는 참개미붙이 애벌레.
이렇게 참개미붙이처럼 힘 약한 곤충이 개미벌처럼 힘센 곤충을 흉내 내는 것을 '흉내 내기(의태)'라고 합니다. '흉내 내기'는 일종의 속임수 작전인데, 참개미붙이는 독이 있는 개미벌의 화려한 몸 색깔, 털, 빠른 행동 등을 그대로 흉내 냈기 때문에 포식자가 녀석을 개미벌로 착각하게 됩니다.

참개미붙이는 나무를 샅샅이 뒤지고 다니며 힘 약한 곤충을 잡아먹고, 맘에 드는 짝을 만나 짝짓기를 합니다. 알은 애벌레의 집인 나무 속에 낳습니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나무 속을 돌아다니며 다른 곤충들을 잡아먹다가 그 나무 속에서 번데기가 됩니다. 어른 참개미붙이는 봄부터 늦여름까지 볼 수 있습니다. 추정하건대 한 살이 주기에 따라 어떤 녀석은 애벌레로, 어떤 녀석은 어른벌레로 겨울잠을 자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상상의 숲 '곤충의 빨간 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