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장인을 만나다 ] ⑨ 클래식기타 장인 최동수씨<연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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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15 10:09

기타는 '소리 나는 작은 집' 완벽한 音 위해 수없이 다듬죠

"기타는 소리가 나는 작은 집입니다. 도면에 설계한 대로 구조를 짜고 미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하죠. 가장 중요한 건 소리인데, 완벽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나무를 깎고 다듬어야 해요."

올해 여든의 최동수씨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클래식기타 장인'이다. 그는 이른바 '명기(名器)'를 만들기 위해 자택 지하에 마련한 공방에서 기타와 온종일 씨름한다. 공방 이름은 '목운(木韻)'. 나무에서 소리가 난다는 뜻이다.
	지난 11일 최동수 장인이 제작한 기타를 들어 보이고 있다. 그가 상감 기법으로 새겨 넣은 격자무늬의 나뭇조각은 기타에 아름다움을 더한다.
/고양=이광재 객원기자
지난 11일 최동수 장인이 제작한 기타를 들어 보이고 있다. 그가 상감 기법으로 새겨 넣은 격자무늬의 나뭇조각은 기타에 아름다움을 더한다. /고양=이광재 객원기자
◇"기타의 완성은 나무 고유의 진동 고려한 튜닝"

지난 11일, 경기 고양의 목운공방을 찾았다. 톱밥 먼지 가득한 지하 작업실은 나무 향기로 가득했다.

"기타 제작에 쓰이는 나무마다 고유의 음고(音高)가 있어요. 진동수가 많으면 높은음으로, 적으면 낮은음으로 느끼는데, 나무마다 그 진동수가 달라요. 나무마다 가진 고유의 진동을 조화롭게 맞춰야만 비로소 악기로 태어날 수 있는 거죠."

작업 방식은 독특하다. 그는 기타 제작에 알맞은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가을이 오기를 기다린다. 그전에 결이 바르고 울림이 좋은 독일제 나무를 작업실에 모셔둔다. 작업이 시작되면 준비된 재료를 짜 맞추고 색을 입힌다. 색을 칠할 때는 붓 대신 천으로 된 솜방망이를 사용한다. 한 번 칠할 때 100번을 두드리고, 이 과정을 10번 반복한다.

기타 형태를 갖추고 나면 음색을 조정하는 튜닝에 들어간다. 최동수 장인은 "기타 앞판과 뒤판의 울림 차이를 극복하고 조화로운 소리를 만드는 튜닝이 사실상 기타 제작의 성패를 가른다"고 말했다. 그는 손끝으로 나무 두께를 가늠해 가며 나무살을 깎고, 소리를 듣기를 반복한다. 행여 나무를 너무 많이 깎아버리면 그 기타는 쓸 수 없게 된다. 길게는 6개월이 걸리기도 하는 정교한 작업이다.
	(사진 왼쪽)최동수 장인이 만든 53번째 작품인 ‘TE-53’. (오른쪽)기타 음색을 조율하기 위해 기타 내부의 살을 조금씩 깎는 모습.
(사진 왼쪽)최동수 장인이 만든 53번째 작품인 ‘TE-53’. (오른쪽)기타 음색을 조율하기 위해 기타 내부의 살을 조금씩 깎는 모습.
◇'1년에 2대 생산'… 가격표 없지만 1000만 원 호가

남다른 제작 방식을 거쳐 만들어지는 기타는 1년에 2대 정도다. 최씨는 이 가운데 한 대는 연주자에게 헌정하고, 나머지 한 대는 그의 악기를 원하는 다른 연주자에게 '시집'보낸다. 제작 주문은 일절 받지 않고, 기타 가격도 정해놓지 않는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연주자들이 기타를 쳐보고 제작비를 지급할 뿐이다.

"저는 장사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돈을 따지기 시작하면 재료비, 인건비를 어떻게 계산할 거냐 이거죠. 또 주문을 했는데 소리가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잖아요. 내 방식대로 악기를 만들고, 원하는 사람이 가져가는 게 맞습니다."

악기에 가격표는 없지만 한 대에 1000만 원을 호가한다. 지난 2009년에는 일본 기타박물관에서 2대를 구입해 소장할 정도로 업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 특히 배장흠, 전장수 등 국내 유명 기타리스트들도 최동수 장인의 기타를 쓴다.

◇학창 시절 품었던 기타 장인의 꿈

최동수 장인의 이력은 특이하다. 기타 장인의 길은 인생 2막이다. 그는 과거 현대건설의 잘나가던 건축담당 이사였다. 그러다 1994년 돌연 이사직을 내려놓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꿈꿔 왔던 기타 제작에 몰입했다.

"고등학교 때 처음 기타를 만져봤는데, 그때부터 기타 소리에 푹 빠졌어요. 마치 천상의 소리 같달까요? 당시는 돈이 있어도 좋은 기타를 살 수가 없던 시절이었어요. 그래서 내 손으로 좋은 기타를 직접 만들겠다는 꿈을 품었던 거 같아요.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기타 제작에 대한 꿈은 한시도 내려놓은 적이 없었죠."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기타 제작에 돌입했다. 클래식기타의 고향인 스페인으로 날아가 기타 제작 마스터클래스 과정을 수료하고, 미국 힐즈버그에 있는 아메리칸 기타스쿨에 가서 제작 기술을 배워왔다.

"지난 20여 년간 제가 생각하는 기타를 원없이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더 이상 욕심내지 않으려고요."

지금까지 만든 기타는 총 54대. 올봄에 완성한 'TE-54'가 가장 최근 작품이다. 그는 오는 8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국제 음악 박람회'에 TE-54를 출품하는 것을 끝으로 업계를 떠난다. "우리나라 기타도 수준이 굉장히 높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뛰어들어 연구하면 국산 기타도 세계적 명기와 견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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