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판타지 소설|사라진 베이징맨] (59화) "시계가 움직였다면… 타임을 다시 사용할 수 있을 거야"

  • 하지윤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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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18 10:06

"잠깐. 아직 안 돼."

퀴번사제가 달려가는 수리와 사비, 마루를 향해 소리쳤다. 수리는 달리다 말고 멈춘 채 퀴번사제를 돌아보았다. 수리의 얼굴은 벌게져 있었다. 마음이 초조한 나머지 화가 치밀었다.

	[청소년 판타지 소설|사라진 베이징맨]
일러스트=나소연

"이제 겨우 12분 남았다고 했잖아요? 지금 이 순간도 시간이 쏜살같이 흐르고 있다고요. 그런데 멈추면 어떡해요?"

수리도 퀴번사제를 향해 소리쳤다.

"아직 시간이 바뀌지 않았어. 자 보라고."

퀴번사제가 소리치자 수리와 사비, 마루는 베이징공항의 커다란 시계를 쳐다봤다. 아뿔싸, 시간은 멈춘 것이 아니었다. 시계는 다시 움직이고 있었고 공항을 오가던 사람들도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시간을 바꾼 거 아니었어요? 어떻게 된 거예요?"

수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퀴번사제는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제야 수리는 퀴번사제가 말하는 시간을 바꾼다는 말의 의미가 이해되는 듯했다.

수리와 사비, 마루가 베이징공항에 도착했을 때 퀴번사제와 릴리도 베이징공항 어딘가에 있었다. 같은 시공간에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퀴번사제와 릴리는 이 시공간 대에 존재하면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 결국 두 사람을 이 시공간에서 빼내야 하는 것이었다.

"사제님."

수리가 눈을 감은 퀴번사제를 불렀다. 퀴번사제는 눈을 뜨고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 있었던 건 확실하지만, 어느 장소에 있었는지 몰라."

퀴번사제의 대답에 수리는 화가 났다.

"기억을 더듬어 봐요. 혹시 냄새라도 기억나는 게 없어요? 아니면 물건이라든가 혹은 사람, 동물…. 뭐든 기억해 보세요. 어서요."

수리는 퀴번사제를 재촉했다. 당장에라도 이 시공간에 영원히 갇히게 될까 봐 극도로 불안했다. 그때 릴리가 나섰다.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난 기억나는 게 있어요."

"그게 뭐예요? 어서 말해보세요. 릴리."

"어떤…. 어떤 목소리를 기억해요."

릴리는 뜻밖에 침착했다.

"여자예요? 남자예요?"

느긋하다 못해 느려터진 마루도 답답한지 말의 속도가 빨라졌다.

"남자였어요. 그런데 젊기도 하고 늙기도 한 목소리였던 것 같아요."

릴리의 대답은 수리를 더욱 화나게 했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남자라니. 수리는 입이 바짝 말라 갔다. 목이 탔다.

"다른 거 뭐 기억나는 거 없어요? 다시 한 번만 잘 생각해보세요. 제발."

수리는 릴리에게 아예 사정을 했다. 지금까지 가만 지켜보고 있던 사비가 물었다.

"우리한테 주어진 12분이라는 시간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이러다 우리는 이 시공간에 갇혀버린다고요. 우리는 이곳을 벗어나지 못한다고요. 집에 영영 돌아가지 못한다고요, 아빠를 찾을 수도 없고요."

사비는 울먹이고 있었다.

"시계가 다시 움직였다는 것은 우리의 타임이 먹히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우리는 다시 타임을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몰라."

퀴번사제가 사비를 안심시키려 했다.

"타임을 다시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요? 세상에…."

사비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핑이 훔쳐간 책 골든릴리가 우리 수중에 없잖아?"

퀴번사제는 사비를 이해시키려고 애썼다.

"기계 소리가 났어요. 무언가 두드리는 소리였어요."

릴리의 기억은 수리를 점점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남자의 목소리만큼이나 광범위한 범위의 단서였다. 두드리는 소리라면 예상 가능한 소리만 해도 수천만 가지이기 때문이다.

"가방이 많았어. 캐리어라고 하지? 그런 가방이 아주 많이 쌓여 있었어."

퀴번사제가 드디어 한 가지 기억해 냈다. 이때 수리가 소리쳤다.

"비행기야. 비행기!"

사비와 마루가 황당한 표정으로 수리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뭐? 비행기라고?"

사비가 어깨까지 들썩이며 웃었다.

"퀴번사제와 릴리가 비행기를 탔다고?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비행기를 탔다고? 으하하."

마루는 배를 잡고 웃었다.

"아마, 비행기 화물칸이었을 거야."

수리가 화물칸이라고 말하자 사비와 마루는 금세 웃음을 멈추었다.

"아마 릴리는 가방에 담긴 채 비행기에 탔을 거야. 퀴번사제는 그런 릴리를 쫓아가고 있었을 테고. 어때? 나 좀 천재지?"

수리는 자신 스스로 천재라고 확신하며 씩 웃었다.

퀴번사제와 릴리가 서로 쳐다보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맞아, 난 릴리를 추적하고 있었어. 릴리는 가방에 담겨 있었지."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한 거예요?"

사비가 릴리에게 물었다.

"핑이겠지. 아니면 그 위, 그 위 설계자이거나…."

릴리의 얼굴에 두려움이 스쳤다.

"릴리는 용동굴에서 부활한 이후로 여기저기 끌려다닌 거야."

마루가 수리를 보며 말했다. 수리는 모두를 향해 말했다.

"우리는 비행기를 타야 해요."

수리의 말을 들은 마루가 박장대소했다.

"우리는 카툰연구소 안에 있는 거라고 했잖아? 그런데 비행기를 탄다고? 진짜 지나가는 강아지가 웃겠다. 이건 좀 아닌 듯."

마루는 웃다 말고 한숨을 푹푹 쉬었다.

"마루야. 카툰연구소가 현실에 존재하는 방도 아니니까 현실의 거리감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우리가 바로 옆방으로 이동하는데 꼭 문을 열고 걸어가야만 하는 거야? 배를 타고 갈 수도 있고 비행기를 타고 갈 수도 있는 거잖아?"

수리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자, 수리 너의 말이 맞는다는 가정을 하면 우린 서둘러야 해. 힘껏 달려가서 비행기를 타야 한다고."

퀴번사제의 말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우르르 달려갔다.

"그런데 티켓이 없잖아요?"

달려가던 마루가 물었다.

"그러니까 타임을 해야 해. 자 모두 다시 손목시계의 시간을 맞춰."

퀴번사제의 말에 모두 시간을 맞추었다. 그러자 공항의 시계가 일시에 멈추었고 사람들도 움직임을 멈췄다.

그 순간 퀴번사제와 릴리, 아이들은 냅다 달렸다.

"더 빨리 달려. 어서!"

수리가 먼저 발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수리는 붕 날듯이 게이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수리와 친구들은 완전하게 시공간을 이동할 수 없었다. 그래서 주어진 타임 안에 임무를 완수해야 했다. 책 골든릴리를 갖고 있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