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의 포토시는 잉카 제국의 영토였어요. 하지만 16세기 에스파냐 군대에 정복당해 식민지가 됐죠.

포토시의 세로 리코 산에는 수많은 은광이 흩어져 있었어요. '부유한 산꼭대기'라는 뜻의 세로 리코는 해발 4000m가 넘는 높다란 산으로, 잉카 제국의 황제 와이나 카팍은 이곳의 은광에서 은을 채굴하려고 했어요.

"포토시에 사는 케추아 족에게 은을 캐게 하라!"

와이나 카팍의 명령을 받은 케추아 족 사람들은 산으로 올라갔어요. 그런데 은을 캐려는 순간, 갑자기 산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어요.

"이 산에서 은을 캐지 마라. 은의 주인은 따로 있느니라!"

신령스러운 목소리를 듣고 놀란 케추아 족 사람들은 겁에 질려 벌벌 떨었어요.

"신의 예언을 거역할 수 없어."

결국 와이나 카팍은 은광을 놓아둔 채 그대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어요. 와이나 카팍은 예언의 주인이 포토시를 점령한 에스파냐 군대라는 사실 을 미처 알지 못했답니다. 케추아 족 사람들도 그들이 은광에서 광석을 캐며 노동에 시달려야 할 운명이라는 것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어요.

잉카 제국을 무너뜨리고 포토시를 차지한 에스파냐는 1545년, 세로 리코에서 은광을 찾아냈어요.

"은을 채굴해 에스파냐로 보내라!"

에스파냐의 총독은 잉카 사람들을 시켜 은을 채굴하기 시작했어요. 포토시 은광에 묻힌 은의 양은 어마어마했어요. 안데스 지역에서 캐낸 은의 85%가 포토시에서 채굴됐죠.

이렇게 채굴된 은은 곧 에스파냐로 건너가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어요. 에스파냐는 어마어마한 부자 왕국이 됐고, 유럽 국가들 역시 빠른 속도로 산업 발전을 이뤘죠.

에스파냐는 은을 채굴하는 일에 더욱 박차를 가했어요. 은광을 찾아 수많은 사람이 포토시로 몰려들었고, 1600년대 중반에 이르자 포토시의 인구는 런던이나 파리와 맞먹을 만큼 커졌답니다. "포토시는 세계의 부, 그 자체다!"

포토시를 식민지로 삼아 지배하던 에스파냐 사람들은 거만하게 으스댔어요. 하지만 누구도 그 말을 부인할 수 없을 만큼 포토시의 은광은 유럽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죠.

특히 에스파냐 사람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강제로 일을 시키며 마구 부려 먹었어요. 잉카 사람들과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세로 리코는 저주의 산이었던 거예요. 그들은 200여 년 동안, 온갖 착취와 고된 노동에 시달렸어요.

17세기 중반에 이르자 포토시의 은광은 점차 빛을 잃기 시작했어요. 무리한 채굴로 은의 양이 크게 줄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 포토시를 떠났거든요. 은 생산의 쇠퇴로 포토시는 점점 몰락했어요.

포토시에는 식민지 지배를 받던 시대의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어요. 그러나 식민지 정부 청사와 대성당 등 건물들의 화려함 속에는 온갖 고통을 견뎌야 했던 원주민들의 애환과 슬픔이 담겨 있답니다.

늘푸른아이들 '술술 읽히는 세계 문화유산 이야기' (초등역사교사모임 지음, 이현진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