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은 '세계 실종아동의 날'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실종아동 가정의 부모들은 또 한 번 무너진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가족의 의미를 떠올리게 만드는 소중한 기념일을 넘기며 잃어버린 아이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간절해진다. 세계 실종아동의 날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실종아동 현황, 실종 예방을 위한 방법 등을 소개한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소년, 에단 칼릴 파츠

1979년 5월 25일 오전 8시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 학교에 가던 여섯살 난 소년 에단 칼릴 파츠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부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에단의 집 주변 100여 가구를 탐문 수사했다. 에단이 활짝 웃는 모습이 담긴 포스터<사진>도 미 전역에 뿌려졌다. 하지만 에단을 목격했다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로부터 4년의 세월이 흐른 1983년, 당시 미 대통령이던 로널드 레이건은 실종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에단이 실종된 날을 ‘세계 실종아동의 날’로 정했다. 이후 캐나다와 유럽 등 전 세계에서 동참했고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기념하기 시작했다. 매년 이 날이 되면 세계 각국에서는 실종아동을 찾는 거리 행진과 다양한 캠페인이 진행된다.

한편, 뉴욕 경찰은 2012년 5월 에단을 유괴·납치한 범인으로 쉰 한살의 페드로 헤르난데즈를 체포했다. 범인은 33년 전 자신이 저지른 범행에 대해 주변에 털어놓았다가 익명의 제보자 신고로 집에서 붙잡혔다.

◇우리나라 매년 2만명 아동 실종 접수… 지문 등록은 필수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2만명 정도의 아동(아동복지법상 18세 미만) 실종 사건이 접수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실종아동 신고 건수는 1만8425건에 달한다. 이중 109명이 장기 미아로 남아있다. 야외활동이 많은 5월은 아동 실종 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달이다. 8세 미만 아동의 경우 2016년에 실종 신고가 1925건 접수됐는데, 이 중 5월에만 242건이 발생했다. 월 평균(160건) 대비 51％가량 높은 수치다.

‘아동 신상정보 사전등록’은 아동 실종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다. 2012년 7월 처음 시행된 아동 신상정보 사전등록제는 18세 미만 아동의 지문과 사진 등 신사정보를 보호자의 연락처와 함께 경찰에 등록해 놓는 제도다. 제도는 효과적이다. 실종된 아이를 발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86시간 36분인데 비해 사전등록을 한 아동의 경우 발견까지 걸린 시간이 24분에 불과했다. 신상정보는 가까운 경찰서나 파출소에 자녀와 함께 방문해 등록하면 된다.

◇골든타임 안에 실종 아동을 찾아라… ‘코드 아담’ ‘엠버 경보’

미국은 실종아동을 재빨리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이 탄탄하게 마련된 국가다. 현재 전 세계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는 ‘코드 아담’과 ‘엠버 경보’가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미국의 미아 찾기 프로그램인 코드 아담은 백화점, 지하철 등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장소에서 실종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효과적인 수색 활동을 펼치는 제도다. 아이가 없어지면 곧바로 시설 출입문 봉쇄 등의 조처를 하고 전 직원과 일반 이용객까지 협조해 10분간 집중적으로 수색한다. 이 제도는 1981년 미국의 한 백화점에서 아담 월시라는 소년이 실종돼 희생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부터 코드 아담 제도를 시행중이다.

엠버 경보는 아동 실종되면 아동의 인상착의와 사진을 TV, 도로 전광판, 휴대전화 등으로 신속하게 전파하고 주민의 신고를 통해 실종아동을 찾는 제도다. 엠버 경보는 1996년 미국 텍사스에서 여자 아이 엠버 해거먼이 실종된 이후 마련됐다. 국내에는 2007년 도입, 전국 주요 도로와 지하철역 등에 설치된 전광판을 통해 엠버 경보를 내보내고 있다.

◇집 주변에서 실종 빈번… 이것 꼭 알아둬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 실종 사건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장소는 집 주변으로 전체 실종 사건의 30％가량을 차지했다. 이어 길거리(20％), 학교·학원 주변(18.6％) 순이었다. 평소 어린이들의 생활 반경과 멀지 않은 곳에서 대다수의 실종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실종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어린이 개개인의 주의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어린이들은 등·하굣길에 혼자 다니는 것을 삼가야 한다. 여러 명이 몰려다녀야 실종과 관련된 다양한 범죄의 표적에서 벗어날 확률이 높다. 등·하굣길에 인적이 드문 장소나 위험한 장소는 미리 알아둬 가급적 피해야 한다. 책가방 등의 소지품에 이름을 쓸 때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적어야 한다. 소지품에 적힌 개인정보를 본 외부인이 범죄에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 근처 슈퍼마켓이나 문방구 등의 ‘아동안전지킴이 집’으로 들어가 긴급히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