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독립 투쟁을 벌이다 스물네살에 형장의 이슬이 된 윤봉길 열사. 그의 뜻을 기려 지난 2013년 문을 연 '윤봉길 새책 도서관'이 5년여 만에 폐관 위기에 처했다.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기념관 2층에 있는 이 도서관은 윤봉길기념사업회가 비영리민간단체인 '도서관친구들'의 후원을 받아 개관했다. 야학당을 만들어 문맹퇴치운동을 벌이고, 각곡독서회를 조직해 계몽운동을 벌인 윤 열사를 기억하자는 의미로 조성된 공간이다.

도서관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무료로 책을 빌려주고 ▲독서 모임 ▲인문학 강좌 ▲책 나눔 등 서비스를 운영해 지역민의 큰 사랑을 받았다. 작은 도서관의 모범으로 꼽히며 2015년부터 3년 연속으로 '서초구 최우수 작은 도서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도서관을 두고 잡음이 일기 시작한 것은 2014년 8월 윤봉길기념사업회의 운영 주체가 바뀌면서다. 새 기념사업회는 기념관 내 공간이 협소하고 도서관 운영이 기념관 설립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며 도서관 철거를 요구했다. 이에 도서관 측은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는 바가 크고, 윤 열사의 정신에도 맞는다며 철거가 부당하다고 맞섰다.

현재는 기념사업회가 도서관 측에 부지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오는 25일 선고를 앞둔 상황이다. 재판부가 기념사업회 측의 손을 들어주면 도서관은 철거에 들어가게 된다.

평소 도서관을 드나들던 시민들은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하고 있다. 학부모 김화진씨는 "초등생과 유치원생인 두 아이와 함께 4년 정도 새책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아이들이 마음껏 책을 읽고 놀면서 윤 열사에 대해 알아가는 소중한 공간"이라고 했다. 김씨는 "윤 열사의 뜻을 기려 만든 특별한 도서관이 앞으로도 계속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희숙 도서관친구들 대표는 "시민들의 참여와 성원으로 운영돼 온 도서관이다. 운영비용과 도서 구입비 등도 후원을 통해 자발적으로 충당하고 있다. 하루빨리 갈등이 해소돼 도서관이 계속 운영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