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희 박사의 신통방통 곤충] 노랑각시하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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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11 09:31

'명 사냥꾼'회황색병대벌레 흉내
힘센 포식자들 감쪽같이 속이지

	내 이름은 '노랑각시하늘소'야.
내 이름은 '노랑각시하늘소'야.
옛 고구려군과 백제군이 패권을 다퉜던 서울 광진구의 아차산성에 오릅니다. 성곽과 군데군데 흩어져 있는 주춧돌과 보루들에 천 년을 훌쩍 넘긴 세월이 고스란히 배어 있습니다. 처절했던 옛 시절을 알기나 하는지 산성 길에 찔레꽃이 속절없이 피어 있고, 달콤한 찔레꽃 향기에 이끌려 곤충 손님들이 몰려와 꽃 식사를 하고 있군요. 온몸이 노란 노랑각시하늘소도 있습니다.

	내가 바로 '회황색병대벌레'. 헷갈리면 안돼!
내가 바로 '회황색병대벌레'. 헷갈리면 안돼!
각시하늘소들(이름에 각시하늘소가 붙은 곤충들)은 몸집이 작을뿐더러 몸속에 독 물질이 전혀 없어 포식자를 만나도 저항 한 번 못하고 잡아먹힙니다. 그래서 녀석들은 명 사냥꾼인 회황색병대벌레를 흉내 냈습니다. 몸 생김새와 몸 색깔이 회황색병대벌레를 닮아 힘센 포식자가 잘도 속아 넘어갑니다. 물론 각시하늘소들의 조상이 의도적으로 회황색병대벌레를 흉내 낸 것이 아닙니다. 오랜 진화 과정에서 우연히 나타난 여러 변이형 중에서 회황색병대벌레를 닮은 변이형이 생존에 유리해 지금까지 번성한 것이지요.

	줄각시하늘소
줄각시하늘소
정말이지 녀석은 회황색병대벌레와 똑같이 생겼습니다. 노란색 몸, 호리호리한 몸매, 기다란 채찍 모양 더듬이, 새까만 눈. 그래서 무심히 쳐다보면 회황색병대벌레라 오해하기 딱 좋지요. 둘의 차이점을 찾아볼까요? 회황색병대벌레는 눈이 동그랗고, 머리와 네모나게 생긴 앞가슴등판에 까만 무늬가 찍혀 있습니다. 반면에 노랑각시하늘소는 눈이 콩팥 모양으로 약간 찌그러지고, 머리와 세모나게 생긴 앞가슴등판에는 까만 무늬가 없습니다.

	각시하늘소류
각시하늘소류

이러한 노랑각시하늘소는 짝짓기를 무사히 마치면 숲 속으로 들어가 썩은 나뭇가지를 찾아다닙니다. 알을 낳기 위해서지요. 드디어 명당을 찾았나 봅니다. 명당이라 해 봤자 다 죽은 나뭇가지. 어미는 나뭇가지에 앉아 큰턱으로 나무 껍데기를 씹어 흠집을 낸 뒤 몸을 180도 돌려 배 끝을 흠집에 넣어 알을 낳습니다. 어미의 배 끝에 있는 산란관이 연약해서 딱딱한 나무껍질을 직접 뚫지 못하기 때문에 그나마 튼튼한 큰턱으로 알 낳기 수월하게 나무껍질을 씹어 흠집을 내는 것입니다.

알을 낳은 어미는 힘이 빠져 죽고, 시간이 지나 알에서 아기 노랑각시하늘소가 깨어납니다. 이제부터 아기 노랑각시하늘소는 거의 일 년 동안 깜깜한 나무 속에서 메마른 썩은 나무를 먹고 살아야 합니다. 나무 속에서 똥도 싸고, 허물도 벗고, 번데기도 만드니 바깥 외출은 꿈도 못 꿉니다. 추운 겨울을 나무 속에서 보낸 아기 노랑하늘소는 번데기를 거친 다음 꽃피는 봄이 오면 어른으로 변신합니다.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봄날, 꽃이란 꽃에는 다 모여드는 어여쁜 노랑각시하늘소를 만나면 따뜻한 눈인사라도 나눠야겠습니다.


상상의 숲 '곤충의 빨간 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