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 선생님이 들려주는 '기록의 나라' 대한민국] ⑭유교책판

  • 우천(愚泉) 최영록(한국고전번역원 홍보전문위원)
  • 프린트하기
  • 이메일보내기
  • 기사목록
  • 스크랩하기
  • 블로그담기

입력 : 2018.06.12 09:44

지식인 집단 주도로 의견 모아 책판 제작

'유교책판(儒敎冊版)'으로 불리는 이 기록유산은 이름부터가 무척 낯설지요. 유교책판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유교'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유교는 유학(儒學)이라는 학문을 바탕으로 하는 종교이고, 유학은 옛날 중국 공자의 가르침에서 시작된 도덕 사상을 이릅니다. 공자의 가르침이 담긴 경전(논어 등 사서삼경)과 이 경전에 근거해 후세 학자들이 체계적으로 정립한 사상이지요.
	유교책판 중 퇴계선생문집 목판./유네스코와 유산 홈페이지
유교책판 중 퇴계선생문집 목판./유네스코와 유산 홈페이지
오늘 알아볼 유교책판은 유학을 공부했던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저작물을 인쇄하기 위해 나무판에 글자를 새긴 것입니다. 현재 경북 안동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유교책판을 보존·관리하고 있는데요. 조선왕조 1460년부터 1950년까지 만들어진 6만4000여 장의 책판이 이곳에 있습니다.

이 판각들은 주로 300여 개 문중이나 서원 등 민간에서 보관해 오던 것이에요. 책판을 기탁받은 한국국학진흥원이 10여 년에 걸쳐 유교책판의 세계기록유산의 등재 신청을 준비했고 마침내 2015년 등재됐답니다. 수록 내용은 문학, 정치, 경제, 철학, 대인관계 등 다양한 종류의 유교 관련 내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기록물은 국가 주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지식인 집단이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공동체 출판 방식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하는군요. 특히 유네스코는 이 책판이 당대 지식인(학자) 계층의 여론인 '공론(公論)'을 통해 제작됐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책판에 들어갈 내용은 지식인들이 모두 '합격점'을 줘야 출판될 수 있었습니다. 서책 전체에 관한 것이든 아니면 부분적인 내용에 관한 것이든 공론에 어긋나는 내용이 있다면 출판이 제한됐다고 해요.

책판 제작에는 큰 비용이 들어갔습니다. 개인이나 문중이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였지요. 그래서 문중과 서원 등 지역사회의 주요 인물들이 그 비용을 분담해 제작했습니다.
	한국국학진흥원의 목판 보관 장소인 장판각 내부./조선일보 DB
한국국학진흥원의 목판 보관 장소인 장판각 내부./조선일보 DB
유교책판의 제작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우선 책을 펴내자는 지역 여론이 모이면 지역 공동체는 책판을 제작하기 위한 돈을 모읍니다. 돈이 모이면 나무꾼과 목수 등을 불러 책판에 쓰일 나무를 자릅니다. 글씨를 새기는 장인인 각수(刻手)가 유학자의 저작물을 하나하나 목판에 새겨 완성합니다. 그런 다음 목판을 이용해 인쇄한 책이 지역사회에 배포되는 순서지요.

남아있는 모든 책판은 지금도 인쇄가 가능할 정도로 원래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충분한 '자격'을 갖춘 셈이지요?
	[우천 선생님이 들려주는 '기록의 나라' 대한민국] ⑭유교책판
>> 더 알아보기

우리는 살아가면서 부모, 형제, 친구 등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지요?
이런 관계를 유지할 때 지켜야 할 도리를 ‘인륜’이라고 합니다. 또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공동체’라 하지요. 중국의 성인 공자(孔子)는 인륜을 지키며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인의예지신’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어질고 착함을 뜻하는 인(仁), 정의로움을 의미하는 의(義), 예절 바름을 최우선으로 하는 예(禮), 지혜로움을 뜻하는 지(知), 다른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는 신(信)이 그것입니다. 유교책판은 대부분 이러한 사상을 주제로 한 것들입니다.

  • Copyright ⓒ 어린이조선일보 & Chosun.com
  • 제휴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