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초등 전 학년|만화] 낮과 밤 다르게 사는 소녀 "비밀을 지키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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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14 10:19


	반달
반달

김소희 만화|만만한책방|1만2000원

해가 지면 '송이'는 도깨비가 된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재빠르게 지하로 숨어든다. 퀴퀴한 냄새가 나는 어두운 계단을 따라 한발 한발 걸어 내려가 조용히 문을 닫는다.

열세 살 여름방학, 송이네 집이 망했다. 막내딸 송이를 '도깨비'라 부르던 다정한 아빠는 집을 나가버렸다. 송이와 엄마는 빈 가게를 구해 그곳에서 먹고 자며 생활하게 된다. '카시오페아'라는 이름의 지하 술집이 모녀의 새 보금자리다.

카시오페아에는 '반달' 모양의 작은 무대가 있다. 반달 무대 뒤쪽에 숨겨진 창고가 송이의 방이다. 바깥에서는 손님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송이는 아빠가 만들어준 도깨비 뿔을 머리에 얹고 이런 저런 상상을 하다 잠이 든다.

	낮과 밤 다르게 사는 소녀 '비밀을 지키고 싶어!'
아침이 되면 송이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학교에서, 송이는 인기도 많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로 통한다. 송이는 몸에서 지하실 냄새가 날까봐, 친구들이 알게 될까봐 두렵다. 그럴수록 더 밝게 웃고 열심히 공부한다.

너무도 다른 낮과 밤의 삶을 송이는 그럴듯하게 살아낸다. 겨우 버티고 있는 송이를 세상은 자꾸 툭툭 건드린다. 송이는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왕따 선영이를 본의 아니게 외면하게 되고, 친구 숙희의 집이 망해 소문이 퍼지는 걸 보면서도 침묵한다. 열세 살 어린 아이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답답하고 괴로운 시간이 흘러간다.

'반달'은 김소희 작가의 자전적 성장 만화다. 30년 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안타깝고 아픈 이야기이지만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을 안고 살아가는 수많은 '송이'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