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어느 날, 페루 사막 위를 날아가던 여객기 조종사와 승객들은 나스카 평원에 그려진 그림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어요. 십자 모양의 활주로와 비슷한 거대하고 특이한 그림들이 땅 위에 그려져 있었거든요.

최초로 나스카 평원의 지상 그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은 미국의 역사학자, 폴 코속이었어요. 1930년대 무렵, 고대 문명을 연구하기 위해 나스카 평원을 찾은 코속은 지상 그림을 단순한 관개 시설의 흔적이라고만 생각했어요.

사실 수백m 크기의 지상 그림을 한눈에 알아보는 일은 불가능했죠. 땅 위에서 보이는 지상 그림은 너무 커서 흙을 길게 파헤쳐 놓은 것에 불과해 보였거든요. 그러나 경비행기를 타고 잉카제국의 유적을 찾아 나섰던 코속은 지상 그림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어요.

"신비한 광경이야. 원숭이와 거미를 땅 위에 그린 것이 틀림없어!"

나스카 평원 위에서 커다랗고 다양한 그림들을 보게 된 코속은 두 눈을 믿을 수가 없었어요. 평원 위에는 사다리꼴과 나선형, 직선 등 기하학적 문양과 새와 고래, 원숭이와 거미 같은 동물 그림이 그려져 있었거든요.

"대체 누가 그린 것일까?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거지? 왜 이런 그림을 그렸던 걸까?"

코속은 지상 그림이 단순한 이유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수많은 고고학자와 의견을 나눴지만, 비밀을 풀어낼 수 없었어요.

코속의 조사 이후로 나스카의 지상 그림은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어요. 독일의 여류 학자였던 마리아 라이헤는 나스카 평원을 조사하고 지상 그림의 측량 지도까지 만들었어요. 연구 결과, 나스카 평원의 지상 그림은 대략 1500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됐죠.

나스카 평원은 다른 지역과 달리 매우 건조한 사막 지대였어요. 안데스산맥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때문에 바다로부터 습기를 공급받지 못해 거의 비가 내리지 않는 지역이었지요. 그 때문에 수천 년 동안, 별다른 훼손 없이 보존될 수 있었던 거예요.

"나스카의 여러 문양은 천체와 관련돼 있다."

평생을 바쳐 나스카의 수수께끼를 파헤쳤던 마리아 라이헤는 지상 그림이 고대 사람들의 천문학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다른 학자들의 생각은 또 달랐어요.

어느 학자는 종교적 이유로 지상 그림을 그렸다고 주장했어요. 다른 학자는 지구를 방문했던 우주인이 활주로를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죠. 그러나 누구도 나스카 평원에 그려진 지상 그림이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 확신할 수 없었어요.

나스카의 지상 그림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간직한 채 메마른 사막 위에 남아 있답니다.

늘푸른아이들 ‘술술 읽히는 세계 문화유산 이야기’ (초등 역사교사모임 지음, 이현진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