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달린 길쭉한 나무판자에 올라 화려한 묘기를 선보이는 스포츠, 스케이트보드. 불과 열한 살 나이에 우리나라 스케이트보드계를 평정한 초등생이 있다. 임현성(강원 춘천 신남초 5) 군이 그 주인공. 최근 경기 용인에서 열린 2018 아시안오픈 스케이트보드 챔피언십에서 성인들을 꺾고 당당히 국내 1위에 올랐다. 이제는 '세계 챔피언'을 꿈꾼다는 임 군을 지난 18일 강원 춘천 엑스게임장에서 만났다.

2년 만에 국가대표 발탁… "세계 1위와 붙어보고 싶어"

보드를 타고 질주하던 임현성 군이 높이 5m의 경사로를 타고 오른다. 꼭대기에서 미끄러지며 내려가려는 찰나, 순간적으로 보드를 멈춰 세우더니 공중으로 뛰어올라 180도 회전했다. 고난도 기술 '블런트 원에리'를 완벽하게 성공한 임 군이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처음 보드를 탔을 때는 서 있기도 힘들었어요. 그러다 나무 막대기 위로 뛰어넘을 수 있게 됐고, 나중에는 콜라병도 넘어갈 수 있었어요. 지금은 의자 하나는 가볍게 넘어가요(웃음)."

스케이트보드는 대표적인 익스트림 스포츠다. 강한 근력과 균형 감각, 넘어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필수다. 성인에게도 어려운 스포츠지만, 임 군은 부모님을 2년이나 졸라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보드를 타기 시작했다. 1년 만에 초등부를 제패했고, 3학년 때는 최연소 국가대표가 됐다. 지난해에는 여섯 살 많은 형들과 함께 세계대회 미국 '스케이트파크 오브 탬파'에 출전했다. 빠르면 2020년, 늦어도 2024년에는 올림픽 무대에 나갈 재목으로 손꼽힌다.

"세계 랭킹 1위가 미국의 나이자 휴스턴(24) 형이에요. 2위는 일본의 호리고메 유토(16) 형이고요. 언젠가는 꼭 이 형들이랑 붙어보고 싶어요. 배울 점이 많은 선수들이니까 이야기도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외국어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고생하는 부모님 기쁘게 해 드리고 싶어"

임현성 군은 지독한 연습벌레다. 두툼한 고무를 덧대 오래 신을 수 있게 만들어진 스케이트보드 전용 신발도 채 한 달을 버티지 못한다. 보드 데크(몸통)는 1년 새 60개를 갈아치웠다. 일주일만 타도 균열이 가 타지 못한다. 지난 4년간 하루 평균 5~6시간을 오롯이 보드를 타는 데 썼다.

"보드를 타면 연습장에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엄청 크게 울려요. 그러다가 공중 기술을 쓰면 갑자기 아무 소리도 안 들려요. 그때는 제가 하늘을 나는 것처럼 느껴져서 짜릿해요. 저는 게임도 안 하고, 스마트폰도 없어요. 그 시간에 보드 기술을 하나 더 배우는 게 낫죠."

임 군에게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 하나는 '세계 최고의 선수'이고, 다른 하나는 '부모님 고생 안 시키기'다. "눈이나 비가 오면 연습장이 미끄러워지잖아요. 그런데 연습장에 가면 눈이 다 없어져 있고, 비가 다 말라 있어요. 아빠가 제가 오기 전까지 그걸 다 치워놓으시거든요. 그럴 때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해요. 꼭 세계 챔피언이 돼서 기쁘게 해 드릴 거예요."

임 군은 요즘 '하드 플립'을 연마하고 있다. 보드를 공중에 띄워 회전시키는 '플립' 중에서도 특히 어렵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기술이다.

"어떤 기술은 배우는 데 몇 달이나 걸려요. 몇백 번은 넘어져야 되고요. 그런데 언젠가는 성공해요. 그래서 저는 보드 탈 때 짜증이 안 나요. 결국은 제가 해낼 거라는 걸 알고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