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희 박사의 신통방통 곤충 :왕물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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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02 09:38

물 위에서 정신없이 빙글빙글지치면 잎에 앉아 쉬기도 해요

	왕물맴이
왕물맴이

물맴이류(물맴이과)는 이름값을 제대로 합니다. 물에서 정신없이 맴맴 돈다고 물맴이라고 부르니 말입니다. 작은 모터라도 단 것처럼 아주 빠르게 물 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떼를 짓는 모습을 단 한 번이라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물맴이는 딱지날개가 딱딱한 딱정벌레 집안(딱정벌레목)입니다. 애벌레도 물에서 살고 어른벌레도 물에서 삽니다. 다만 애벌레는 물속에서도 밑바닥에서 살고, 어른벌레는 물 위나 수면 바로 아래에서 삽니다. 연못, 저수지의 얕은 물가, 물웅덩이나 도랑, 드물게는 계곡의 물웅덩이 등 주로 느릿느릿 흐르는 물에서 잘 삽니다.

햇살이 쨍쨍 내리쬐는 6월 말쯤, 강릉에 있는 아주 예쁜 연못에서 왕물맴이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과연 소문대로 왕물맴이는 물 위를 헤집고 정신없이 빙글빙글 돕니다. 몸길이가 1㎝ 정도여서 맨눈으로도 촐싹거리며 도는 게 잘 보입니다.


	맴돌이를 하다가 멈추고 물풀 위에서 쉬는 왕물맴이들.
맴돌이를 하다가 멈추고 물풀 위에서 쉬는 왕물맴이들.
한 마리가 제가 앉아 있는 연못가로 쪼르륵 미끄럼 타듯 달려오더니 신들린 듯 뱅글뱅글 돌기 시작합니다. 하도 빨리 돌아 몇 번 도는지 셀 수가 없습니다.

한 녀석이 돌다가 지쳤는지 물 밖으로 삐죽이 내민 물풀 위에 살며시 앉더니 꼼짝도 안 합니다. 이내 다른 녀석들도 지쳤는지 쉬는 녀석 옆에 하나 둘 차례차례 얌전히 앉아 잠자듯 쉽니다. 그것도 잠시, 2분 정도 지나니 천방지축 나대는 본성이 또 발동하나 봅니다. 갑자기 한 녀석이 돌기 시작하자 다른 녀석들도 일제히 돌기 시작합니다. 지치면 쉬고, 쉬다가 또 맴맴 돌고…. 재밌는 것은 2분 정도 빙빙 돌고 나면 물 위에 떠 있는 죽은 갈대 잎 등 물풀 위에 앉아서 쉽니다.

	왕물맴이의 나무토막처럼 생긴 더듬이
왕물맴이의 나무토막처럼 생긴 더듬이

그런데 왜 이렇게 도는 걸까요? 그것도 집단으로 빙빙 도니 무슨 이유라도 있는 걸까요? 녀석들의 집단행동을 연구한 사람이 있습니다. 영국 드몽포르대학교의 교수인 와트와 채프먼은 의외의 결과를 얻었습니다. 물맴이류의 집단행동은 그들에게 이득도 되고 동시에 손해도 된다고 합니다. 무리를 지으면 천적이 다가오는 것을 빨리 알아차릴 수 있고, 짝도 먹이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무리를 크게 지을수록 되레 물고기의 공격을 더 받는다고 합니다. 녀석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더 연구가 이뤄지면 흥미로운 결과가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상상의 숲 '곤충의 빨간 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