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희 박사의 신통방통 곤충] 수염풍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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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30 09:49

빛 향해 돌진… 밤새 환한 도시 탓에 멸종위기

수염풍뎅이는 북쪽 신의주에서부터 평양, 서울, 대구, 바다 건너 제주도까지 우리 땅 전역에서 살았던 풍뎅이입니다. 그 수염풍뎅이가 사라지고 있어요.

수염풍뎅이를 실제로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요. 연구자들이 조사 중에 가끔 발견하고 찍어 둔 사진으로 만족해야 할 판입니다. 몸길이가 긴 녀석은 자그마치 37㎜나 되고, 너비도 17㎜나 되거든요. 일단 큰 몸집만으로도 카리스마가 넘칩니다. 검정풍뎅이류 가운데 몸집이며 몸무게며 더듬이며, 가장 큰 걸로 따지면 녀석을 따라올 자가 없습니다.


	가로등 밑 시멘트 옹벽에 날아와 앉은 수염풍뎅이.
가로등 밑 시멘트 옹벽에 날아와 앉은 수염풍뎅이.
몸의 생김새는 계란 같은 타원형이고 몸 색깔은 전체적으로 붉은빛이 도는 짙은 갈색. 딱지날개는 황백색 털이 얼룩얼룩하게 뒤덮여 있습니다. 수염풍뎅이는 상황에 따라 더듬이를 펼쳤다 접었다 하며 반응합니다. 그 모습이 아코디언으로 연주하는 것 같고, 또 어찌 보면 부채를 폈다 접었다 하는 것 같습니다. 더듬이는 주변의 정보를 정밀하게 수집하는 레이더 구실을 합니다. 더듬이에는 수많은 감각 기관이 빼곡히 퍼져 있어 주변의 온도, 습도, 바람의 방향과 세기, 종족끼리 주고받는 언어인 소리나 냄새 등 모든 것을 알아차립니다.

수염풍뎅이는 주로 강의 하류 지역에서 삽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곳을 알아보니 서울의 신촌·연희동·영등포·서강·제2한강교, 경기도의 파주, 충남의 논산, 제주도의 제주시였습니다. 세세한 채집 정보가 없어 구체적으로 어느 물가에서 발견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간의 기록을 모아 보면 녀석은 모래가 섞인 강 언덕(강둑)에서 삽니다.

녀석들은 불빛을 향해 날아가는 습성이 있는데요. 왜 그런지 추측만 할 뿐 정확한 이유를 아직 모릅니다. 불빛이 있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불빛을 향해 무작정 날아 돌진합니다. 경제 발전과 더불어 우리나라 곳곳에 길을 닦고 가로등을 세워 밤에도 낮처럼 환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밤이 환해지자 되레 수염풍뎅이들이 큰 화를 입었습니다. 멋모르고 가로등 불빛을 향해 달려들다 부딪혀 땅에 떨어지면 씽씽 달리는 차에 치여 죽습니다. 차뿐 아니라 사람들의 발에 밟혀 저항 한 번 못하고 납작하게 즉사합니다.

그렇게 수많은 수염풍뎅이 애벌레와 어른벌레가 죽어 갔고,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수염풍뎅이에게 멸종위기 동물 1급이라는 훈장을 달아 주었습니다. 설령 어딘가 살아 있다 해도 환경이 열악하면 생존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수염풍뎅이를 보호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연히 그들이 사는 곳을, 그들이 살 수 있는 곳을 보호하는 일이 아닐까요?

상상의 숲 ‘곤충의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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