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는 이때쯤 브라만을 정점으로 하는 독특한 신분 제도가 자리 잡았어. 이걸 카스트 제도라고 해."

"부족장도 브라만보다 낮아요?"

"그렇단다. 이 무렵 아리아인은 서로 땅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움을 벌였어. 근데 전쟁에서 이겨서 땅을 빼앗아도 그 땅을 다스리려면 신에게 제사를 지내 허락을 받았다는 것을 알려야 했지. 제사는 누가 지내지? 결국 부족장도 브라만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어. 엄청난 양의 공물과 두둑한 사례금을 마련해 신에게 제사를 지내 달라고 부탁했단다. 브라만은 칼 한 번 휘두르지 않고도 카스트 제도에서 제일 높은 신분을 차지하게 된 것이지."

"카스트 제도는 어떻게 이뤄져 있어요?"

"사제인 브라만이 제일 높고, 전사 집단인 크샤트리아가 뒤를 잇는단다. 그 밑의 평민은 바이샤라고 하는데, 상업과 농업 등 생산을 담당했지. 맨 밑의 수드라는 원주민인 드라비다인으로 노예나 다름없었단다."

"그러니까 네 신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원주민이 제일 아래군요."

"맞아. 근데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인종차별과 얽혀 있다는 점에서 독특해. 인더스 문명을 일군 원주민 드라비다인은 피부가 검고 체구도 작아. 뒤늦게 인도로 들어온 아리아인은 피부가 희고 덩치가 컸어. 아리아인은 자신들은 고귀한 인종이므로 드라비다인을 지배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 이런 생각을 널리 퍼뜨리는 데 브라만이 큰 역할을 했단다."

"사제들이 인종차별에 앞장섰다고요?"

"브라만은 창조의 신인 브라흐마의 입에서 사제가, 팔에서 전사 집단이, 허벅지에서 평민이, 발에서 노예가 나왔다고 가르쳤어. 신분은 신이 미리 정해 놓은 것이니 군말 없이 받아들이라는 것이지. 카스트 제도 안에서는 다른 신분과의 결혼은커녕 서로 어울리지도 않았어. 또 다른 신분의 일도 할 수도 없었지."

"그럼 수드라가 바이샤처럼 장사할 수 없겠네요."

"맞아, 근데 카스트 제도가 자리 잡은 뒤로 수드라보다 더 낮은 신분도 생겼단다. '불가촉천민'이라고 불리는 신분으로 '손도 닿지 말아야 할 만큼 더러운 천민'이라는 뜻이지. 수드라보다 낮은 신분이다 보니 남들이 꺼리는 더럽고 지저분한 일을 도맡았어. 불가촉천민은 지금도 인도의 극빈층으로 힘겹게 살아간단다."

"21세기에 아직도 신분 제도가 남아 있단 말이에요?"

"물론 법적으로는 신분 차별을 금지하지만, 여전히 신분 간 차별이 심하단다. 다행히 최근 들어 인도 정부와 뜻있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개선되고 있어. 공무원이나 대학 신입생을 뽑을 때 수드라나 불가촉천민 출신을 특별히 배려하고, 하층민들도 자식들에게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교육에 매달리고 있거든. 이런 노력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 인도가 신분 제도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날이 오지 않겠니?"

"하루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두기의 말에 용선생이 환하게 웃었다.

"선생님도 두기랑 똑같은 마음이란다. 자, 다음 시간에는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동아시아 문명에 대해서 공부해볼까?"

◆용선생의 핵심 정리

아리아인의 이주 이후 브라만교가 퍼져 나가며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로 구성된 엄격한 신분 제도인 카스트 제도가 뿌리내림.

◆똑똑! 세계사 퀴즈

1. 베다 시대에는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로 구성된 엄격한 신분 제도가 뿌리내렸어. 이 제도의 이름은 무엇일까?   (                                   )

2. 다음 설명 중 맞는 것에는 ○표, 틀린 것에는 ×표 해보자.


―제사를 지내는 브라만이 전쟁터에서 칼을 휘두르는 크샤트리아보다 높은 신분이었다. (     )

―아리아인은 인도를 평화롭게 다스리기 위해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가르쳤다.
(      )

―현재 인도는 법으로 신분 차별을 금지하지만, 여전히 신분 간 차별이 심하다.
(       )

정답

1.카스트 제도 2. ○, ×, ○

사회평론 '교양으로 읽는 용선생 세계사' (차윤석·김선빈 외 글, 이우일 외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