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는 수도를 두 번 옮겼다. 한강 유역의 위례성에서 웅진으로, 웅진에서 사비로 갔다가 660년 멸망했다. 충남 '백제역사유적지구'에는 웅진·사비시대 백제인의 자취가 남아있다. '제7회 국토탐방대회' 마지막 주자인 서울 영일초등학교 3~6학년 학생 25명은 지난달 30일 충남 부여(옛 사비)와 공주(옛 웅진)를 찾았다.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지역은 백제가 남긴 유산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장소다. 이날 학생들은 ▲부여 관북리 유적지 ▲부소산성 ▲공산성 ▲송산리 고분군을 둘러봤다. 국토탐방대회는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주최하고, 국토연구원과 어린이조선일보가 주관하는 프로그램이다. 선정된 학교의 학생들은 전국 각지를 돌며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을 체험한다.

백제의 마지막 숨결이 남아있는 '부여'

첫 번째 탐방 장소는 부여 관북리 유적지. 백제 사비시대 궁궐이 있던 자리다. 건물 기둥이 있던 흔적과 네모난 연못 터가 남았다. 권혜운 해설사는 "백제는 생활하수를 처리하기 위한 수도 시설을 갖추고 바둑판식으로 도시를 정비할 정도로 도시 건축 기술이 매우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3D 기술을 활용하면 기둥 자국에서 당시 건물 모습까지 추측할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김은정(5학년) 양은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는데도 기둥 모양이 남아있는 게 신기하다. 아무것도 없는 땅처럼 보였는데, 설명을 듣고 나니 왕궁이 있던 이곳이 위대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다음 장소로 가는 유람선에 올랐다. 흐르는 백마강을 따라 도착한 곳은 부소산성. 수도 사비를 보호하기 위해 쌓아올린 성이다. 백제 멸망 직전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에 쫓기던 삼천궁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슬픈 역사가 전해지는 곳이다. 산 중턱에는 이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고려 현종이 1028년에 지은 고란사가 있었다. 고란사 약수로 목을 축인 학생들은 낙화암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낙화암은 삼천궁녀가 백마강으로 몸을 던졌다고 알려진 바위다. 힘겹게 산을 오르던 윤찬(5학년) 군은 "옛날에는 지금처럼 산에 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고 손잡이도 없었을 텐데 궁녀들이 이 길로 도망치면서 너무 힘들고 무서웠을 것 같다"고 말했다. 권 해설사는 "흔히 '삼천궁녀'가 뛰어내렸다고 하지만, 당시 백제의 인구밀도 등을 따졌을 때 과장된 숫자라는 이야기도 있다. 백제 마지막 왕인 의자왕을 방탕한 왕으로 기록하기 위해 궁녀 수를 조작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백제 건축에 큰 관심 생겼어요"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공산성. 475년 고구려 장수왕에게 한강 유역을 빼앗긴 백제가 웅진으로 도읍을 옮기고 지은 산성이다. 부여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63년 동안 왕궁을 지켰다. 금서루(서쪽에 있는 문)를 지나며 권 해설사가 성을 쌓은 방법을 설명했다.

"부소산성과 공산성 모두 '판축법'으로 지었어요. 흙을 단단하게 다져서 건물을 만드는 방법인데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지죠."

학생들은 나라의 미래를 고심하면서 산성을 거닐었을 백제 왕들의 마음을 떠올리며 성곽 위를 따라 걸었다. 이후 백제 역대 왕들이 잠들어 있는 송산리 고분군으로 이동해 백제 무덤 양식을 살피고 이날 일정을 마쳤다.

박신애(5학년) 양은 "날이 더워서 힘들었지만 부소산성과 공산성을 모두 올라서 뿌듯했다"며 "고구려·신라에 비해 백제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었는데, 백제의 건축이나 문화에도 큰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훈정 선생님은 "이번 탐방으로 학생들이 교과서에서만 보던 문화재를 직접 만났다. 미래에는 어떤 도시를 만들어 가야 할지 깊이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