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물속에서 훈련하고 비싼 보양식 대령… 馬님, 얼음찜질 시원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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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09 09:39

'귀하신 몸' 경주마들의 여름 나기

100여 년 만의 폭염이다. 이곳에도 비상이 걸렸다. 사람보다 말이 우선인 곳, 경마장이다. 말은 유독 더위에 약한 동물이다. 하지만 경주마는 여름에도 쉬지 않고 매 경기 1000m 이상 뛰어야 한다. 몸값이 수억원인 경주마 1400여 마리가 사는 경기 과천 경마장 마방(마구간)에서는 매일 이들을 위한 '특급 처방'이 내려진다는데…. 전국 곳곳의 낮 최고기온이 40도까지 오른 지난 1일, 경주마들의 여름 나기를 엿보기 위해 경기 과천 렛츠런파크(경마공원)를 찾았다.

"더운 여름, 수영장에서 훈련해요"

'구르륵~ 구르륵~.'

말 전용 수영장은 말의 가쁜 숨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마필관리사가 말이 쓴 '귀 가면'에 달린 줄을 잡고 달리자 말이 그에 맞춰 헤엄을 쳤다. 귀 가면은 소리에 민감한 말을 보호하고 귀에 물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씌우는 수영 모자다. 말은 본능적으로 수영을 한다. 누가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육중한 몸으로 첨벙첨벙 물살을 갈랐다. 힘이 드는지 코도 쉴 새 없이 벌름거렸다. 더운 여름에는 이렇게 도넛 모양의 수영장을 2~5바퀴씩 도는 것이 대표적인 훈련이다.

	'귀하신 몸' 경주마들의 여름 나기
1 경주마가 수심 3m의 수영장에서 힘차게 수영을 하고 있다.

	'귀하신 몸' 경주마들의 여름 나기
2 선풍기 바람에 더위를 식히는 경주마.

	'귀하신 몸' 경주마들의 여름 나기
3 경주마에게 제공되는 각종 영양제와 사료들.

	'귀하신 몸' 경주마들의 여름 나기
마필관리사가 훈련을 마친 경주마의 발목에 얼음찜질을 해주고 있다. / 과천=최항석 객원기자
야외에서 달리기와 걷기 훈련도 한다. 다른 계절보다 강도는 낮다. 축구선수 발목에 수시로 찜질을 하듯, 말도 훈련 전후로 발목을 찜질로 세심하게 관리한다. 한 마방에서는 마필관리사 두 명이 막 걷기 훈련을 마치고 온 말에게 얼음찜질을 해주고 있었다. 발목부터 무릎 아래까지 꽁꽁 언 얼음 팩을 꼼꼼하게 동여맸다. 네 다리에 얼음 팩을 모두 감싸주고 나서야 허리를 펴고 일어난 마필관리사는 "발목 부상을 예방하고 체온을 내리는 데는 얼음찜질이 최고"라며 "더위를 제때 식혀주지 않으면 열사병에 걸리고, 심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삼·홍삼에 뱀 가루까지… 말을 위한 여름 특별 보양식

더위에 지친 말은 입술과 턱이 축 처진다. 고개도 푹 숙인다. 마방의 총감독인 조교사와 말을 돌보는 마필관리사는 말들이 작은 병에라도 걸릴세라 일거수일투족을 꼼꼼히 살핀다. 여름엔 수시로 체온을 재고 혈액검사를 해 몸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다고 했다. 김점오 조교사는 "말의 상태가 조금이라도 평소와 다르다는 보고를 받으면 자다가도 뛰어나온다. 가족들이 서운해할 정도"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신경 쓰는 건 영양 보충이다. 여름이면 말도 사람처럼 입맛을 잃고 기력이 떨어진다. 사료 방에는 영양제가 한가득 준비돼 있었다. 칼슘, 비타민, 관절 영양제, 피로 해소제 등 종류도 다양했다. 말의 체중과 운동량, 건강 상태 등에 맞춰 처방을 내린다고 했다. 식욕을 잃은 말에게는 달콤한 맛이 나는 '당밀'을 줘 입맛을 돋운다. 이걸로도 충분하지 않으면 '여름 특별 보양식'을 준비한다. 홍삼을 우린 물, 인삼 가루, 뱀 가루 등 비싼 약재를 아낌없이 쓴다. 김 조교사는 물통에 시원한 물을 가득 채우며 "상전도 이런 상전이 없다"며 웃었다. 조교사의 정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가 중천에 뜬 낮 12시, 말들은 선풍기 바람을 쐬며 커다란 눈만 끔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