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가작] 나는 지우개 껍데기 디자이너

  • 장서진 부산 대천초 5
  • 프린트하기
  • 이메일보내기
  • 기사목록
  • 스크랩하기
  • 블로그담기

입력 : 2018.08.13 09:44

내 필통을 열어 보면 눈에 띄는 지우개가 하나 있었다. 지우개 껍데기가 너덜너덜해진 지우개다. 나는 껍데기를 바꿔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생각만 하고 계속 계속 미루고 있었다. 어느 날 뜬금없이 지우개 껍데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수학 시간에 전개도를 배운 날이었다. 전개도를 이용해 껍데기를 만들어보면 될 것 같았다.

	[산문 가작] 나는 지우개 껍데기 디자이너
먼저 지우개의 껍데기를 벗겨서 가로세로를 본떴다. 그러고는 지우개의 길이를 맞춰서 전개도를 그렸다. 종합장에 그렸는데 종합장으로만 하면 밋밋하니까 색종이를 구해서 미리 그린 전개도를 색종이 위에 따라 그렸다. 전개도가 점점 완성돼 가자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그다음은 색종이에 그린 전개도를 자르고 종합장에 그린 전개도도 잘라서 두 개를 붙였다. 지우개 껍데기가 완성되었다.

이제 내가 만든 지우개 껍데기를 지우개에 씌워봤다. 와! 지우개 몸에 딱 맞고 색깔도 잘 어울렸다. 허름하던 지우개한테 화사한 옷을 바꿔 입히니 지우개도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내 지우개 껍데기를 만들어 입혀 보니 지우개 껍데기 만들기에 자신감이 붙었다. 그래서 지우개 껍데기가 없는 서영이한테 "너 지우개 껍데기 만들어 입혀줄까?" 하고 물어봤다. 서영이가 내 지우개 껍데기를 보더니 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서영이 지우개의 가로세로를 재고 종합장에 전개도를 그리고 색종이에도 전개도를 그려서 지우개 옷을 입혀 주었다. 완성된 지우개 껍데기를 보고 서영이가 고마워했다.

"예쁘다! 고마워 서진아!"

서영이가 좋아하는 걸 보니 나도 뿌듯했다. 지우개 껍데기 디자인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리저리 궁리하는 것도 재미있다.

〈평〉 아름다운 꿈이 가득 담긴 글이다. 친구와 소곤소곤 이야기하듯 읽히는 글의 내용도 예쁘다. 정말 디자이너가 꼭 어울린다. 지우개 껍데기 말고도 이 글까지 디자인을 잘해서 감칠맛이 난다. 수학 시간에 배운 전개도를 지우개 껍데기 만드는 데 이용한 걸 보면 응용력이 대단한 걸 알 수 있다. 얼마나 예쁘게 만들었으면 친구가 부러워할까? 크기나 모양이 다른 여러 가지 지우개 껍데기를 만들다 보면 디자인 실력도 쑥쑥 자랄 것이다. 나아가 화사한 색종이 옷을 입히니 지우개도 기분이 좋은 것 같다고 한다. 지우개를 사람처럼 생각하는 의인화 기법을 사용한 점도 이 글을 돋보이게 한다. 어쩌면 모든 예술은 디자인에서 시작되는 건지도 모른다. 연극이나 뮤지컬, 영화의 내용을 짜는 건 결국 그림이나 옷의 모양을 만드는 것과 통하니까. 미래의 멋진 디자이너 모습이 그려져 읽는 내내 흐뭇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