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희 박사의 신통방통 곤충] 폭탄먼지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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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13 09:44

난 걸어다니는 폭탄, 고약한 가스 발사하지

몸속에 폭탄제조 공장을 차려놓고 다급해지면 즉석에서 폭탄을 만들어 터뜨리는 폭탄먼지벌레! 녀석들은 걸어 다니는 폭탄입니다. 하지만 먼저 상대방에게 화학폭탄을 쏘며 공격하지 않습니다. 천적이 자신을 공격할 때만 방어용으로 씁니다.


	폭탄 가스를 내뿜는 폭탄먼지벌레류.
폭탄 가스를 내뿜는 폭탄먼지벌레류.
폭탄먼지벌레류는 작은 몸으로 어떻게 냄새 고약한 가스 화학무기를 만들까요? 폭탄먼지벌레류의 배 속에는 원료를 분비하는 방(저장실)과 원료를 잘 섞어 가스를 만드는 방(반응실)이 따로 있습니다. 등에는 원료를 분비하는 두 개의 분비샘이 양옆으로 있는데, 쌍둥이처럼 모양이 똑같습니다. 한쪽 분비샘에서는 하이드로퀴논이, 다른 쪽 분비샘에서는 과산화수소가 분비됩니다. 하이드로퀴논과 과산화수소가 분비되면 커다란 주머니 모양의 저장실에 함께 모입니다. 저장실은 굉장히 튼튼하고 탄력 있는 근육으로 만들어져 독성이 강한 두 원료가 들어와도 끄떡없습니다. 저장실에 모인 두 원료는 아무런 반응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하지만 폭탄먼지벌레류가 적을 만나면 저장실의 근육이 강하게 수축합니다. 그러면 두 원료는 가느다란 연결관을 타고 반응실로 재빨리 흘러들어 갑니다.

두 원료가 반응실에 도착하면 엄청나게 큰일이 벌어집니다. 저장실에서는 반응하지 않던 하이드로퀴논과 과산화수소가 서로 뒤엉키며 화학반응을 일으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납니다. 가스 제조 과정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납니다. 드디어 독성 물질인 벤조퀴논 가스 완성! 놀라운 것은 화학무기가 만들어질 때 100도나 되는 높은 열과 센 압력이 생깁니다. 압력이 뜨거운 독성 가스 벤조퀴논을 배 끝으로 밀어냅니다. 배 속에서 만들어진 화학무기가 뜨거운 열과 함께 '퍽' 하는 폭발음을 내며 꽁무니 밖으로 분사돼 공중에 흩뿌려집니다.

100도나 되는 벤조퀴논 기체가 피부에 닿으면 화상을 입게 되고, 독성 때문에 피부가 가렵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벤조퀴논의 맛은 아주 역겹습니다. 두꺼비가 멋모르고 폭탄먼지벌레를 잡아먹으려다가 입속에서 가스가 뿜어지면 혼쭐이 납니다. 지독히도 역겨운 벤조퀴논 냄새와 맛을 씻어 내려고 침을 뱉기도 하고, 혀를 땅에 비비기도 합니다. 두꺼비가 놀라 허둥지둥하는 사이 폭탄먼지벌레류는 뒤도 안 돌아보고 저 멀리 도망갑니다.

폭탄먼지벌레류의 강력한 무기에도 몇몇 거미류는 폭탄먼지벌레류를 잘 요리해 먹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호랑거미류가 그렇습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더니, 자연 세계에는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그들만의 질서가 있을 뿐입니다. 인간만 끼어들지 않으면 말이지요.

상상의 숲 ‘곤충의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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