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희 박사의 신통방통 곤충] 큰조롱박먼지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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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20 10:05

모래 위 천하장사, 다들 날 보면 벌벌 떨지!


	모래밭 위의 큰조롱박먼지벌레.
모래밭 위의 큰조롱박먼지벌레.
깜깜한 바닷가 모래밭에 가면 '걸어 다니는 새까만 조롱박'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큰조롱박먼지벌레입니다. 이 녀석은 턱이 유별나게 크고 몸집도 커 얼른 보면 사슴벌레와 헛갈립니다. 까맣고 반짝거리는 피부에, 키(몸길이)는 훤칠하고, 균형 잡힌 몸매에 탄탄한 건강미까지, 어디다 내놔도 흠잡을 데 없는 참 잘생긴 곤충입니다. 작은 녀석이라도 몸길이는 3㎝, 큰 녀석은 4㎝나 되니 굉장히 큰 곤충이지요. 머리 앞쪽에 사슴뿔같이 불쑥 뻗쳐 나온 큰 턱의 안쪽에는 이빨 같은 돌기가 나 있어 한번 잡힌 먹잇감은 절대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특이하게도 녀석의 몸은 조롱박처럼 생겼습니다. 앞가슴 등판과 가운데가슴 등판 사이가 '개미허리'처럼 잘록하지요. 그래서 이름도 큰조롱박먼지벌레라고 붙였습니다. 앞다리는 땅파기 명수답게 삽처럼 생겼습니다. 종아리 마디에 돌기 5개가 손가락처럼 붙어 있어 웬만한 쇠스랑은 저리 가라 할 정도입니다. 앞다리로 몇 번만 모래를 파헤쳐도 녀석의 몸은 절반 정도가 모래 속에 잠깁니다. 다리에 촘촘히 줄지어 서 있는 갈색 털은 모래로 전해지는 진동을 기막히게 알아차립니다. 먹잇감이 가까이 있는지, 자기를 잡아먹으려고 쥐가 달려오는지 등 많은 정보를 신경계와 연결된 다리털 감각기관이 알려줍니다.

큰조롱박먼지벌레가 나타났다 하면 곤충들은 벌벌 떱니다. 힘이 하도 세 모래밭의 곤충들뿐 아니라 다른 힘 약한 동물들도 닥치는 대로 잡아먹기 때문이지요. 몸집이 큰 만큼 먹는 양도 많습니다.

야행성인 큰조롱박먼지벌레는 낮에는 어떻게 지낼까요? 바닷가에는 바닷물에 떠내려온 쓰레기가 많습니다. 널빤지, 스티로폼, 플라스틱병, 심지어 냉장고까지. 녀석은 널빤지나 돌멩이 아래 모래 속에 굴을 파고 들어가 쉽니다. 널빤지를 들추면 화들짝 놀라 모래 속으로 재빨리 도망칩니다.

도망가는 녀석을 핀셋으로 잡아 모래 위에 놓습니다. 갑자기 온몸이 굳은 듯 다리와 더듬이를 배 쪽으로 오그리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2분 정도 지나자 더듬이와 다리 6개를 펴더니 모래땅을 파기 시작합니다. 녀석을 또 핀셋으로 잡아 모래 위에 놓았더니 이번에는 발라당 뒤집습니다. 그리고 죽은 듯이 꼼짝도 안 합니다. 이렇게 죽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멀쩡하게 깨어나니 '가짜 죽음'인 셈입니다.

또 재밌는 장면이 있습니다. 어떤 녀석은 건드리면 벌컥 화를 낼 때도 있습니다. 죽을 생각은 안 하고 도전장 내밀듯이 머리와 가슴을 번쩍 치켜세웁니다. 가슴에 붙은 다리에 힘을 주면 가슴이 들리고 덩달아 머리도 들립니다. 영락없이 씨름 선수가 샅바를 잡으려는 자세입니다. 몸을 45도 정도까지 세워 위협을 합니다. 그런데 제 눈엔 그 모습이 하나도 무섭지 않고 되레 깜찍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