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희 박사의 신통방통 곤충] 고추좀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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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27 09:42

낱눈 2만 개로 이뤄진 겹눈, 먹잇감 잘 찾아내지

무더위가 한풀 꺾이면 연못가에는 고추좀잠자리가 제법 많아집니다. 고추좀잠자리는 작은 빨간색 잠자리입니다. 녀석은 배 부분만 빨갛습니다. 고추잠자리는 머리끝부터 배 끝까지 빨간색인데 말이지요.


	커다란 겹눈을 가진 고추좀잠자리.
커다란 겹눈을 가진 고추좀잠자리.
고추좀잠자리는 애벌레일 때는 물속에서 헤엄치며 사냥하고, 어른벌레일 때는 공중을 날며 사냥합니다. 어른 고추좀잠자리는 능력이 많습니다. 타고난 사냥꾼에다, 비행 조종사에다 날렵한 몸매에다,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또 가슴 근육이 튼튼해 잘 납니다. 날개를 1초에 20~30회(나비는 1초에 10회) 진동시킵니다. 빨리 나는 녀석은 시속 60㎞로 날 수 있다니 대단하지요. 이렇게 날쌔게 날아다니다가 힘 약한 곤충을 잡아먹습니다.

머리를 뒤덮을 만큼 큰 겹눈은 사냥에 쓸모가 있습니다. 겹눈은 자그마치 2만 개가 넘는 육각형 낱눈이 모여 만들어졌으니 얼마나 잘 보일까요? 눈은 공처럼 둥글어 각각의 낱눈이 물체를 보는 각도 또한 다릅니다. 물체의 앞쪽, 옆쪽, 뒤쪽까지도 잘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먹잇감을 잘 찾아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녀석의 다리에는 가시 털이 촘촘히 박혀 있어 한 번 잡힌 먹잇감은 절대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먹잇감을 앞다리와 가운뎃다리로 낚아채고 뒷다리로 감싸 안으면 먹잇감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못 빠져나가지요.

그런 고추좀잠자리에게도 연못 어딘가에 천적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자기 영역에 얼씬거리는 다른 잠자리를 발견하고는 쏜살같이 돌진해 쫓아내다가 그만 갈대 잎들 사이에 쳐진 거미줄에 걸립니다. 긴호랑거미가 쳐 놓은 둥그런 거미줄. 고추좀잠자리가 날개를 퍼덕거리며 허우적대자 거미줄이 심하게 요동칩니다. 발버둥칠수록 거미줄에 더 달라붙습니다. 고추좀잠자리는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보쌈당합니다. 고추좀잠자리는 운 나쁘면 숨어 있는 사마귀, 공중을 나는 새에게도 꼼짝없이 잡아먹힙니다.

어른 고추좀잠자리가 살기에 알맞은 온도는 15도에서 20도 사이입니다. 사는 곳의 온도가 25도 이상으로 오르면 땅의 열기를 피해 그보다 온도가 낮은 서늘한 산속이나 바닷가로 날아갑니다. 30도가 넘어가면 녀석들은 죽을 수도 있습니다. 녀석들의 피서 여행은 생존을 위한 피신입니다.

고추좀잠자리는 알에서부터 애벌레 시절 내내 물속에서 있다가 6월쯤 되면 어른벌레로 변신합니다. 시원한 곳에서 모기 등 힘 약한 곤충을 잡아먹으며 성숙한 어른이 되길 기다립니다. 그러다 초가을이 오면 연못이나 시냇가 같은 물 가까이 내려옵니다. 이때 짝짓기에 열을 올리며 종족 번식 프로젝트에 몰두합니다. 고추가 빨갛게 익어 가는 가을은 녀석들의 세상입니다.


상상의 숲 ‘곤충의 유토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