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초등생 사로잡은 '문답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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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14 09:45

친구 관심사 속속들이 알아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어요

SNS에 문답 작성 후 이어갈 친구 선택
이상형 문답 보고 고백할지 결정하기도
지목 안 되거나 댓글 수 적으면 '소외감'

'살면서 저지른 가장 무모한 일은 뭐야?' '같은 반 친구 중에 마음에 드는 애 있어?' '어떤 행동을 가장 싫어해?'….

주어진 질문에 답하는 '문답 놀이'가 어린이들을 사로잡았다. 학생들은 20~100개 질문으로 구성된 문답을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쉴 새 없이 퍼 나른다. 누군가 한 명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적어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리면 주변 친구들 반응은 뜨겁다. 게시물 하나에 많게는 100개씩 댓글이 달린다.

고백할까, 말까?… "상대 문답 보고 결정해"

	[ 기획 ]  초등생 사로잡은 '문답 놀이'
일러스트=나소연
"7월부터 페이스북 또래 그룹에서 문답이 떠돌기 시작했어요. 재밌어 보이니까 너도나도 퍼갔죠."

유가람(대구 서재초 6) 양이 말했다. 문답은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의 계정에 더 많은 편이다. 형식은 '50문 50답' '커플 문답' '이상형 문답' 등 다양하다.

정단비(충남 천안 성신초 5) 양은 "어떤 외모와 성격의 이성을 좋아하는지 적는 '이상형 문답'을 주변에서 가장 많이 한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다들 이성 친구에게 관심이 많으니까요. 누군가를 좋아하는 애들은 상대방의 이상형 문답을 보고 고백할지 결정해요. 어떤 남자애는 짝사랑하는 여자애 문답에 '나보다 키 큰 남자가 좋다'고 적혀 있어서 마음을 접기로 했대요. 걔 키가 여자애보다 작았거든요."

인기 있는 친구 기준=문답 댓글 수

어린이들은 '친구와 더 친해질 수 있다는 것'을 문답 놀이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변희수(울산 다전초 6) 양은 "친구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장소를 알게 되면서 가까워진 느낌을 받는다"며 "싫어하는 행동은 기억해뒀다가 하지 않으려 노력하니 다툼도 줄어든다"고 했다. "어색했던 친구와도 친해졌어요. 학교 가면 친구 계정에서 본 문답을 주제로 얘기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넌 그 음식 언제부터 좋아했어?'라고 물어보면서 다가가는 거죠."

문답 놀이는 스스로를 더 잘 알게 해준다. 답을 작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20분. 학교와 학원을 오가느라 바쁜 어린이들에겐 잠시나마 온전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문답 놀이에는 부작용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소외감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문답을 계정에 올릴 때 보통 끝 부분에 문답을 이어갈 친구를 5~10명 지목한다. 이유선(울산 다전초 6) 양은 "다른 친구에게 자주 선택된 애일수록 인기가 높다"며 "댓글 수도 마찬가지라 문답 올리고 두 시간 정도 지났는데 댓글이 안 달리면 민망해 글을 삭제하는 애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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