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 박물관 나들이] 날아올라라! 프테라노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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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19 10:08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가장 유명한 익룡'
길고 화려한 벼슬이 인기 비결

1870년 11월 미국 예일대학교의 고생물학자 오스니엘 마시는 캔자스주(州)에서 발굴팀과 함께 화석을 찾고 있었다. 마시와 발굴팀은 미국 서부를 돌며 다양한 포유류 화석을 발견했다. 이들은 추수감사절을 보내고 마지막 화석을 찾으러 갔다. 마지막 목적지에서 포유류 화석보다 더 깜짝 놀랄 화석을 만나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프테라노돈은 지금까지 보고된 익룡 중 다섯 번째로 크다./조재무
프테라노돈은 지금까지 보고된 익룡 중 다섯 번째로 크다./조재무
땅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손바닥뼈

마시와 발굴팀이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캔자스주의 스모키 힐스. 그곳은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불모지였다. 발굴팀은 그곳에 천막을 치고 생활하면서 2주 동안 주변 화석을 하나둘 수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발굴팀은 땅 밖으로 튀어나온 뼈 화석 하나를 발견했다. 거대한 손바닥뼈였다. 그들은 손바닥뼈를 땅에서 꺼내 예일대학으로 보냈다. 1871년 예일대학으로 돌아온 마시는 거대한 파충류의 손바닥을 자세히 관찰했다. 손바닥뼈의 가장자리 일부가 갈라져 있었고, 갈라진 틈으로 뼛속이 보였다. 텅텅 비어 있었다. 마시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파충류인 익룡의 뼈라는 것을 알아냈다. 크고 가벼운 손바닥뼈는 기다란 날개의 일부였던 것이다. 익룡 화석은 이전에도 수없이 많이 발굴됐다. 하지만 모두 사람보다 작은 크기였다. 마시의 익룡은 달랐다. 손바닥뼈 길이를 통해 추정한 새로운 익룡의 날개 너비는 무려 6~7m에 달했다. 밍크고래의 몸길이와 맞먹는 크기였다. 마시와 발굴팀이 세상에서 '가장 큰 익룡'을 찾은 것이었다!
	프테라노돈의 골격도.
프테라노돈의 골격도.
틀니 따위 필요 없다

화석을 연구하던 중 마시는 이 거대한 손바닥뼈 근처에서 다른 사람들이 뾰족한 이빨 화석 몇개를 함께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마시는 발견된 뾰족한 이빨이 새로운 익룡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시가 가진 화석은 고작 손바닥뼈와 이빨 몇 개뿐이었다. 정확히 어떻게 생겼는지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새로운 익룡의 정체가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5년 후인 1876년이었다. 마시와 친한 화석 수집가 사무엘 윌리스턴이 똑같은 종류의 화석을 스모키 힐스에서 발견한 것이다. 놀랍게도 이번에는 머리뼈가 붙어 있었다. 드디어 거대한 익룡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무엘은 익룡의 입 모양도 알아냈다. 주둥이 끝이 뾰족한 부리 같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익룡의 주둥이에는 뾰족한 이빨이 전혀 없었다. 당연히 이빨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 마시는 당황했다. 주둥이 안쪽을 아무리 봐도 이빨이 있었던 흔적은 없었다. 애초에 이빨이 없는 특이한 익룡이었다. 비록 마시의 생각이 틀리긴 했지만 그래도 놀라운 발견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빨 없는 익룡은 발견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시는 이 특별한 익룡에게 특별한 이름을 붙여 주었다. '이빨 없이 날개 달린'이란 뜻의 그리스어 '프테라노돈'이다.

그렇다면 마시가 몇 년 전에 연구했던 이빨은 누구 것이었단 말인가? 조사 결과 이빨 주인은 프테라노돈과 같은 시기에 살았던 거대한 육식성 물고기 크시팍티누스〈본지 2018년 9월 12일자 참고〉의 것임이 밝혀졌다. 육식 물고기들의 이빨이 익룡과 닮았던 까닭은 모두 물고기를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프테라노돈의 복원도. 그림처럼 수컷 프테라노돈은 벼슬에 아름다운 무늬가 있었을 수도 있다.
◁프테라노돈의 복원도. 그림처럼 수컷 프테라노돈은 벼슬에 아름다운 무늬가 있었을 수도 있다.
조금 특별한 비행사

프테라노돈보다 두 배쯤 더 큰 익룡의 화석이 1975년에 발견되면서 프테라노돈은 '가장 큰 익룡'의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만화와 영화, 소설 등에 등장하면서 '가장 유명한 익룡'이 됐다. 사람들이 수많은 익룡 중에서 프테라노돈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아마도 머리에 있는 벼슬 때문일 것이다. 프테라노돈의 벼슬은 길고 가는 칼처럼 생겼다.

하지만 일부 프테라노돈은 짧은 벼슬을 가졌다. 짧은 벼슬로는 하늘을 날 때 몸의 균형을 잡거나 방향타 역할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오늘날 과학자들은 이 벼슬이 프테라노돈의 성별을 나타내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짧은 벼슬을 가진 익룡은 암컷, 큰 벼슬을 가진 익룡은 수컷이다. 수컷 프테라노돈의 화려한 벼슬은 암컷을 유혹하는 데 적합했을 것이다.

벼슬을 보면 성별뿐만 아니라 이 프테라노돈이 오래된 '조상' 종류인지 혹은 나중에 등장한 더욱 '진화한' 종류인지도 알 수 있다. 프테라노돈은 진화하면서 벼슬 모양이 갈수록 얇고 길어졌기 때문이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천장에 있는 프테라노돈은 넓은 벼슬을 가진 '조상' 프테라노돈이다.

현암주니어 ‘우주와 지구, 생명의 역사-서대문자연사박물관’ (글 박진영, 사진 조재무, 기획 서대문자연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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