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우주

에린 엔트라다 켈리 글｜이원경 옮김｜밝은미래｜1만4500원

깊은 우물 속. 11살짜리 소년 버질이 겁에 질린 채 앉아 있다. 버질은 함께 갇힌 기니피그를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얼마나 기다려야 사람들이 나를 찾기 시작할까? 모르겠어."

꾹 눌러 담았던 100만 개의 눈물방울이 밀려 올라왔다. 버질은 기니피그를 구하려다 이 같은 처지가 됐다. 평소 자신을 괴롭히던 쳇이 기니피그가 들어 있는 가방을 우물 안으로 내던졌기 때문이다. 동물은 무사했지만, 버질은 마땅히 밖으로 빠져나올 방법을 찾지 못한다.

게다가 우물은 인적이 드문 숲에 자리를 잡고 있다. 아무리 "구해달라"고 소리를 질러도 마땅히 들을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귀가 안 들리는 소녀 발렌시아가 지나가다 우물 뚜껑마저 덮어 버린다. 빛도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서 버질은 눈물을 콸콸 쏟아낸다.

다행히 친구 카오리가 버질에게 문제가 생겼음을 알아챈다. 자기 집에 오기로 한 버질이 두 시간 넘게 깜깜무소식이라서다. 그는 버질을 찾기 위해 발렌시아, 동생 겐과 집을 나선다. 신성한 힘으로 버질을 찾겠다며 주문을 읊조리고, 양초를 켜기도 한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발렌시아의 머릿속에 버질을 찾을 만한 단서가 하나 둘 떠오른다. 이들은 무사히 우물에 갇힌 친구를 구해낼 수 있을까.

아동 도서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뉴베리상' 2018년 수상작이다. 뉴베리상은 미국도서관협회가 지난 1922년부터 매년 초 아동 문학 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한 작품에 수여하는 상이다. 책은 버질·카오리·발렌시아·쳇 등 네 명의 어린이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한다. 각 캐릭터의 내면이 섬세하게 표현돼 있어 독자들이 금세 감정을 이입할 수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세상, 즉 '우주'를 지니고 산다. 네 명 어린이의 우주가 서로 부딪히고 얽히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