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풍요로운 고대 이집트를 3000년 이상 통치한 절대 권력자 파라오. 위엄 있는 표정과 완벽한 아름다움으로 우리에게 각인된 파라오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그들은 어떤 옷을 입었고, 왕관 종류는 얼마나 다양했을까요. 그들도 한가한 시간에는 게임이나 스포츠를 즐겼을까요? 가장 위대한 정복자는 누구였을까요? 혹시 여자 파라오도 존재했을까요?

지난 시간까지 나일 강이 고대 이집트 문명을 얼마나 풍요롭게 살찌웠는지 배웠습니다. 이제부터는 고대 이집트 문명의 번영을 일군 이집트인들의 영웅인 파라오에 대해 알아볼 거예요.

▲ 고대 이집트의 왕 파라오를 묘사한 그림. 제3 왕조 이후의 파라오는 보통 네메스 관(줄무늬 모양으로 머리부터 어깨까지 이어지는 머리 장식)을 쓰고 가짜 수염을 붙인 채 화려한 옷을 입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출처: 위키백과

'거대한 집' 파라오, 절대권력을 누리다

나일 강이 주는 풍부한 물과 기름진 토양 덕분에 이집트는 일찍부터 농사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쌓은 부를 바탕으로 이집트 왕인 파라오는 모든 권력을 틀어쥔 튼튼한 중앙집권체제를 이룩했죠.

파라오라는 말의 뿌리는 고대 이집트어에 있어요. '페르-아아'라고 발음되는데요. 상형문자로는 이렇게 썼답니다.

가운데가 뚫린 직사각형 모양의 기호는 '집의 도면<그림①>'을 말해요. '집'을 상징하죠. 볼펜처럼 생긴 아래 기호는 '궁전의 기둥<그림②>'을 상징하고 '거대한'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어요. 파라오는 '거대한 집'이라는 의미예요. 고대 이집트인들은 파라오를 외부 위험과 적에 맞서 모두를 지키는 커다란 보호처로 생각한 모양이에요.

고대 이집트는 그리스 알렉산더 대왕이 기원전 332년에 이집트를 점령하기 전까지 고왕국, 중왕국, 신왕국 시대라 불리는 화려한 파라오 왕조시대를 3000년간 지속했어요. 기원전 3세기 그리스에 살았던 마네토라는 역사학자는 고대 이집트 왕조가 자그마치 30 왕조에 이른다고 기록하고 있죠. '왕조(Dynasty)'는 그리스어로는 '두나미스(Dunamis)'라고 불러요. '권력'이라는 의미예요.

권력 큰 만큼 책임도 막중해

파라오는 큰 권력을 가졌지만, 그만큼 책임도 막중했어요. 할 일도 많았답니다. 파라오는 백성을 다스릴 뿐만 아니라 ‘신의 화신’으로서 우주의 질서를 유지하는 일을 대신해야 한다고 여겼죠.

가령 고대 이집트인은 파라오가 신에게 올리는 제사가 매일 해를 뜨고 지게 하는 주술적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답니다. 농사에 중요한 나일 강의 범람 역시 파라오 능력에 따라 수위가 조절된다고 굳게 믿었어요.

▲ 고대 이집트 제6 왕조의 파라오 페피 1세 조각상. 미국 브루클린 박물관에 있다. /출처: 위키백과

파라오의 권력이 마치 신과 같았던 초기 고왕국 시대 이후 5 왕조부터 파라오는 신의 자리에서 조금 밀려나 ‘신의 아들’로 격하됐지만, 파라오의 책임과 의무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어요.

파라오가 인간세상의 영웅일 뿐만 아니라 사후세계에서도 중책을 맡는 것으로 여겼어요. 고대 이집트인은 사후세계를 ‘암두아트’라고 불렀는데요. 여기서 신들이 휴식을 취한다고 믿었어요. 그리고 파라오가 태양신 ‘라’와 함께 천상의 배를 타고 우주의 질서를 위협하는 괴물들과 싸운다고 생각했답니다.

문화와 문명은 어떻게 다른 가요?

인류가 최초로 지구에 나타난 순간부터 사람들은 함께 모여 살면서 도구를 만들고 살 곳을 지었어요. 함께 모일 공공시설도 만들고 신들을 숭배하는 신성한 장소도 만들었죠. 동물과 달리 북슬북슬한 천연 보호막이 없는 인간은 추위나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옷을 지어 입고, 야생동물이나 적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무기도 만들었어요.

혼자 사는 것보다 모여 살 때 이익이 컸기 때문에 인류는 처음부터 공동체 생활을 한 것이랍니다. 사람들은 효율적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가정이나 촌락, 사회 안에서 서로 지켜야 할 규칙도 만들었어요.

이렇게 인류가 편의를 위해 만들고 사용한 도구나 건축물, 공동체 생활을 이어가기 위한 생활규칙 등을 ‘문명’이라고 부른답니다. 도서관, 아파트, 공공장소에서 크게 떠들지 않기 등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거나 지키는 것들을 떠올리면 쉬워요. 문자 역시 기록을 남기거나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단이라는 점에서 문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생각의 다양성과 행동양식, 관습들이 복잡해지면서 점차 문명의 범위는 넓어진답니다. 표현과 창조에 바탕을 둔 문학과 음악 등 예술도 자연스럽게 발전해요. 이런 인류의 정신유산을 ‘문화’라고 구분해 부른답니다.

학자들은 문화를 더 넓은 범위로 해석해서 ‘문화는 문명의 일부’라고 정의하지만, 문화와 문명은 사실 ‘실과 바늘’처럼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랍니다. 이제까지 막연하게 생각했던 문명과 문화의 뜻이 조금은 분명해졌겠죠?

출제자를 소개합니다

상형문자를 전공한 이집트학자 강주현 선생님은 2012년부터 올초까지 영국 대영박물관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이집트 문명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3000년 전 고대 이집트 동화를 번역한 ‘파피루스 속의 이야기 보따리’ 시리즈를 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