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 박물관 나들이] 향고래 <연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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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17 09:44

수심 2㎞까지 잠수 가능… 코끝으로 소리내 바닷속 살펴

향고래는 몸길이 약 20m, 몸무게 약 50t에 달하는 거대한 고래다. 이들은 수심 2㎞까지 한 시간 동안 잠수할 수 있으며, 그곳에서 각종 심해(깊은 바다) 물고기와 오징어를 잡아먹는다. 간혹 잡아먹은 것 중에 단단한 부위들이 내장을 통과하면서 비린내 나는 왁스 같은 물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것을 '용연향'이라 하며 향수 재료로 쓰인다. 향고래라는 이름은 여기서 따온 것이다.

	향고래는 머리가 매우 큰 동물이다. 뇌도 큰데, 뇌 무게는 약 8㎏으로 바나나 53개와 비슷하다. 사람 뇌 무게는 1.4㎏ 정도다.
향고래는 머리가 매우 큰 동물이다. 뇌도 큰데, 뇌 무게는 약 8㎏으로 바나나 53개와 비슷하다. 사람 뇌 무게는 1.4㎏ 정도다./조재무
알쏭달쏭한 향고래의 정체

향고래를 포함한 모든 고래는 물고기가 아닌 포유류다. 고래는 물고기와 같은 아가미가 없으며, 새끼를 낳으면 젖꼭지에서 나오는 젖을 먹이기 때문이다. 고래 말고도 물에 사는 포유류가 더 있다. 물개·물범 같은 동물이다. 그렇다면 고래는 어떤 종류의 포유류일까? 이는 고래의 배 속을 보면 알 수 있다. 고래의 위는 여러 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다. 이것은 오늘날 사슴·소·기린 같은 발굽 동물에게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겉모습은 다르지만 고래는 해부학적으로 발굽 동물이다. 발굽 동물의 위가 여러 개인 까닭은 질긴 식물을 효과적으로 소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고래는 이제 식물을 먹지 않고 발굽도 퇴화했지만, 조상이 물려준 특수한 위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아주 특별한 코

머리는 향고래의 몸집에서 대부분을 차지한다. 전체 몸길이의 3분의 1 정도가 머리이고, 머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코다. 향고래의 코는 사람의 코와 달리 콧구멍이 한 개다. 그런데 이들에게도 한때 사람처럼 콧구멍이 두 개 있었던 흔적이 있다. 향고래는 비강이 두 개다. 비강은 콧속의 공간이다. 향고래의 머나먼 조상은 각각의 비강이 하나가 아닌 서로 분리된 두 개의 콧구멍과 연결돼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향고래가 이 비강 중 하나만을 숨을 쉬는 데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콧구멍 하나를 막고 숨 쉬는 것과 같다. 고작 하나의 비강으로 숨을 쉬기 때문에 향고래는 한 번 숨을 들이쉴 때 최대한 많은 양의 공기를 콧구멍으로 빨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위턱뼈에서 비강을 잡아당기는 근육이 무척 발달했다. 이 근육을 당기면 비강이 당겨지면서 마치 청소기처럼 엄청난 양의 공기를 순식간에 빨아들인다.

향고래의 코가 사람의 코와 또 다른 점은 바로 콧구멍을 여닫을 수 있다는 것이다. 콧구멍을 닫을 수 있는 능력은 이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향고래는 먹이 사냥을 위해 코를 막고 깊은 바닷속까지 잠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콧구멍을 여닫을 수 있는 것은 콧구멍부터 뒤통수까지 연결된 수백 개의 강력한 힘줄 덕분이다. 향고래가 물속에 있을 때는 이 힘줄들이 느슨하게 나열돼 있으며 콧구멍은 닫혀 있다. 그러다 숨을 쉬기 위해 코끝을 물 밖으로 내밀면 콧속 힘줄들이 팽팽하게 콧구멍을 잡아당겨서 열리게 한다.

	항고래
살아 있는 잠수함

향고래의 콧구멍부터 뒤통수까지 이어지는 힘줄들은 콧구멍을 여는 것 말고도 다른 쓰임이 있다. 바로 콧속을 가득 채운 기름 주머니를 잡아 주는 역할이다.

향고래 콧속에는 경랍이라 부르는 기름이 가득하다. 경랍이 향고래의 몸속을 차지하는 비율은 엄청나다. 이 기름을 담은 경랍 주머니의 크기가 향고래 전체 몸길이의 4분의 1쯤은 차지할 정도다.

경랍은 향고래가 물속에서 소리를 낼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향고래의 두 비강 중 숨 쉬는 데 사용하지 않는 비강 하나가 콧구멍 바로 밑에 있는 작은 주머니와 연결되어 있는데, 이 주머니는 원숭이 주둥이처럼 생겼다. 생긴 모습을 본떠 과학자들은 이것을 '원숭이 입술'이라는 재미난 이름으로 부른다.

향고래는 숨 쉬는 데 사용하지 않는 비강으로 공기를 통과시킬 때 원숭이 입술을 여닫으면서 '딱!' 하는 소리를 낸다. 이 소리는 원숭이 입술 뒤에 있는 경랍 주머니로 전달되는데, 이때 경랍 주머니를 지나면서 소리는 더 커진다. 이때 나는 소리는 최대 230db(데시벨)이다. 천둥소리인 120db, 로켓이 우주로 발사될 때 나는 소리인 180db과 견주어 보자. 엄청난 소리다.

향고래는 경랍 주머니를 통해 증폭된 '딱! 딱!' 하는 소리를 이용해 깊은 바닷속을 본다. '소리로 본다'는 게 무슨 뜻일까? 코끝에서 발사된 소리는 주변 사물로부터 반사돼 다시 돌아온다. 향고래는 돌아오는 소리를 듣고서 근처에 어떤 장애물이 있는지, 친구가 주변에 있는지, 맛있는 대왕오징어가 지나가는지를 알 수 있다. 마치 수중 음파 탐지기로 바닷속을 살피는 잠수함처럼 말이다.

현암주니어 ‘우주와 지구, 생명의 역사-서대문자연사박물관’ (글 박진영, 사진 조재무, 기획 서대문자연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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